방송을 활용한 브랜딩과 상장회사의 책임
최근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백종원 씨를 비판하는 영상들로 연일 채워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자극적인 구성과 편집의 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여겼고, 자막과 배경음악이 시청자의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악의적 편집이 아닌가 의심하였다. 그러나 영상의 수가 늘고, 반복적으로 문제 장면들이 조명되면서, 그간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불편함의 실체가 또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스튜디오 오제나’라는 채널의 콘텐츠는 이러한 인식 전환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채널은 백종원 씨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저널리즘적 태도로 꾸준히 이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언론이 이제야 조회수를 의식하며 비판에 동참하는 듯한 시점 이전부터, 모두가 환호하던 시절부터 비판적 시선을 견지해 왔다는 점이다. 나 역시 덩달아 안티로 한 배를 타기보다는, 오히려 확신을 갖고 비판하는 안티들의 시선 자체를 다시금 점검해보고자 했다. '의심하지 않는 확신'은 어느 방향으로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안티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돌다리를 두드려보듯 백종원의 행보를 재검토하게 되었다. 과거 그의 방송 이미지가 '정답을 아는 사람', '친근한 전문가'로만 소비되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제는 거리 두고 성찰하게 된 것이다.
방송 초창기, 그는 스스로를 “야매 요리사”라 부르며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겸손한 인물로 비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외식업계의 황제라 자칭하고, 다양한 방송에서 당당히 절대적 심사위원의 위치를 점유하는 인물로 변모했다. 방송 속 언행은 더욱 공세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유쾌하게 소비되던 말투나 태도가, 이제는 자신의 우위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편집과 자막은 그의 실수를 희화화하거나 희석시키는 반면, 타인의 실수나 무지에는 비웃음과 단정적 표현을 덧씌우고 있었다. 이러한 편차는 그간 은폐되어 왔던 권위적 태도를 시청자들에게 역으로 드러내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질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고, 질문을 되묻거나 상대의 무지를 강조하는 방식은 상호 존중적 소통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방송 활동이 경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PD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성실히 답하기보다 반문하며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날 왜 이렇게 싫어하시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유"
이는 단순한 태도 문제가 아니라,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의 언행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가 보여주는 화법의 또 다른 문제는 상대에 대한 윽박지름이다. 자신의 견해에 이견을 제기하거나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그는 종종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곤 했다. 이는 전문가로서 혹은 솔루션 제공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로서 부적절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골목식당'의 막걸리집 편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는 막걸리의 맛이 형편없다며 사장에게 연신 핀잔을 주었고,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물맛이 중요한데 왜 신경 안 쓰냐'는 식의 몰아세우기를 이어갔다. 또한 누룩을 직접 고르는 사장의 노력을 두고는 '어차피 사 오는 거면서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며 반문하고, 정작 사 오는 누룩에 대해서도 디테일하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이런 방식은 조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훈계였으며, '반박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식의 대화는 상호 존중 기반의 소통이 아닌 일방적 지시의 태도에 가깝다.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서 동일한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이원일, 홍석천 등의 사례에서는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것이 작동하고 있었고, 그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상대의 방식을 존중하려는 태도를 놓치지 않았다. 솔루션은 ‘지적질’이 아니라 협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되었고, 그래서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백종원의 방식은 무엇이었는가. ‘솔루션’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그의 조언은, 실상 상대방의 무지를 단죄하고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는 일방적 전달에 가깝다. 단순히 말투나 성격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다. 그는 그 위치에서 해서는 안 될 방식으로 사람을 다뤘고,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웃고 있었고, 편집은 그 웃음을 ‘감동’으로 둔갑시켰다. 지금 보니, 그 장면들 속에는 누군가의 자존심과 노력, 존재가 조롱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방송인으로서의 백종원과, 경영자로서의 백종원 사이의 간극은 상장사 대표라는 새로운 위치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하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는 “산불 현장에서 밥을 해줘야 하는 내가 여기 앉아 있으니 답답하다”라고 말하며 주주총회 자리를 가벼운 웃음으로 처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주주의 질문에 대해 대표이사가 내놓을 수 있는 언어로서는 부적절하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주주가 요구하는 것은 위로가 아닌 명확한 설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자본시장에 진입한 상장사의 대표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여전히 '사업가'나 '유명인'에 두고 있다는 점은, 한국 자본시장의 성숙도와도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단지 표현상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연돈볼카츠 사태는 더본코리아라는 기업의 구조와 방향성, 그리고 백종원 개인 브랜드의 확장 전략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를 드러낸다. 자본시장은 개인의 명성과 별개로, 법인의 지속 가능성과 독립성을 요구한다. 백종원이라는 개인이 없는 더본코리아가 여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상장 절차 중 하나인 수요예측을 앞두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배포된 더본코리아의 IR자료를 들여다보면, 그가 정말 외식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영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매출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빽다방' 하나이며, 그 외의 다양한 브랜드들은 그다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프랜차이즈 성공을 외식업 전체에 통용 가능한 통찰이나 전문성으로 치환하는 것은, 방송에서의 활약상을 기업 경영성과로 오해하게 만드는 위험한 축소와 확장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본사의 이익은 대부분 가맹점주의 지출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가맹점주가 감당하는 리스크와 비용을 바탕으로 본사의 매출이 쌓인다. IR자료 어디에서도 이 구조에 대한 성찰이나, 상생에 대한 구체적 의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오히려 현재의 상장은 방송인 백종원의 이미지와 화제성을 앞세워 '경영인 백종원'을 포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처럼 읽힌다.
결국 방송에서의 이미지 소비와 자본시장에서의 기업가치가 정교히 분리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실체보다 훨씬 부풀려진 '개인 브랜드'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혼용은 투자자에게는 오판을, 가맹점주에게는 착시를, 그리고 시장 전체에는 신뢰의 훼손을 남길 수 있다.
가맹점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몸집을 불려 가고 있는 더본코리아의 상장을 바라볼 때, 생명보험사의 상장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나란히 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고객의 장기 계약금을 바탕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이를 주주이익 실현의 수단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에서 "공공재의 사적 전유"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보험계약자와 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유사한 구조적 긴장을 안고 있다. 가맹점주는 가맹비, 로열티, 물류 마진, 광고비 등의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본사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장기적 계약 당사자이며, 일종의 '사업 기반 고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이후의 더본코리아는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전통적 기업 논리에 따라, 가맹점주가 아닌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전략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생존권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들의 리스크를 기반으로 한 수익이 주주에게 이전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방송인 백종원이 비호감으로 돌아선 것은 단지 말투나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실없는 농담과 윽박지름, 반문과 회피의 언어는 결국 그가 설계한 구조 안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방송에서 누군가를 다루는 방식, 실수를 희화화하는 태도, 상대의 경험을 무시하는 권위주의는 더본코리아라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속에서도 그대로 투영된다.
즉, 방송 속 태도는 단순한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만든 구조의 철학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가맹점주를 대하는 본사의 시스템, 수익을 나누는 방식, 책임을 회피하는 말투까지—이제는 '사람'을 보지 않고 '구조'를 통해 그 사람을 읽게 된다. 그리고 그 구조야말로, 백종원의 진짜 민낯이다.
결국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 회사는 과연 상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누구의 돈으로,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수익은 누구에게 정당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생명보험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장 모두, 겉으로는 전혀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이해관계자 간 수익 배분의 정의와 구조적 책임이라는 동일한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상장은 단지 매출의 크기나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공공의 자본을 운용하겠다는 선언이며, 이에 따르는 구조적 정당성과 책임을 증명해야 하는 자본시장의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