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나 지났나요?
이직하고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전 글 말미에 '이직 log 1 week 이후에는 1 month로 돌아오게 되려나-'라고 적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직을 하기 전에는 브런치 스토리에 많으면 1주일에 2개, 적어도 10일에 1개의 글은 업로드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 하나의 글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 직장이 좋았던 것인지, 지금 직장이 정신없이 바쁜 건지 모를 일이다.
나는 늘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하길 원했고, 그건 일종의 '열정 쏟아냄' 이었다. 그동안 많이 썼다고는 못하겠으나, 내 기준에서는 꽤나 많은 글을 쏟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직을 하고 나니 열정을 다른 곳에 쓰고 있는 것인지 글을 쓸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를 살았으니 어떤 글이라고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오늘은 어떠했다-라는 식의 셀프 후기 말이다.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에 일기만 주구장창 쓸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다양한 컨텐츠를 나만의 시선으로 정리해서 '그남자 시선의 전후 사정'이라는 카테고리에 맞는 '후기'를 쓰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럴 시간이 아예 없었다. 나는 '경황이 없다는 말'을 비루한 사람들의 핑계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만이 지난 1달간의 나를 설명하는 유일한 변명이다.
책은 또 많이 사놓았다. 언젠가 '적응'을 하고 나면 독서광이 되어 폭발적으로 후기를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경험의 멸종', 'AI 이후의 세계', '칩 퓨처',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 '인문학으로 투자하다', '창업자와 투자자'까지-. 이번 추석명절 연휴를 맞아 부랴부랴 책을 읽기 시작한지라 겨우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다.
열심히 일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내게는 그저 도파민 도는 즐거운 일의 연속이었다. 어떤 순간들은 부담스럽고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지나고보니 내가 앞으론 능숙하게 해내야 할 일들이었을 뿐이다.
출퇴근을 한 달 해보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너무 멀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차로 출퇴근을 한다는 것의 장점은, 차가 안 막힐 때 서울의 도로 인프라를 누릴 수도 있다는 점 아니겠는가? 몇 번의 테스트를 해본 결과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아침 5시 55분에 눈을 뜨고 양치만 한 상태로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6시 10분이 되기 전에 차에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한다. 6시 20분이 지나기 전에 월곡IC를 빠져나오면 되는데, 내부순환로로 진입하기 직전 차선을 변경하는 초고수의 방식을 사용한다. 서울숲 부근에서 동부간선도로로 진입하는 구간만 막히지 않게 나를 닦달한다면, 6시 45분에는 회사 주차장에 주차완료한다. 물론 가끔은 조금의 시간 미스가 발생해서 7시에 도착할 때도 있다.
머리는 산발인 상태로 7시부터 지하 1층에 있는 헬스장을 이용한다.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람들과 사무실에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직장인들은 고관절이 뻣뻣해진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는 30분 동안 아주 열심히 전신 스트레칭을 한다. 살면서 이렇게 스트레칭에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조만간 다리도 찢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렇게 1시간 반을 운동하고 샤워 후 사무실에 들어가면 8시 45분. 대개 아무도 없다.
강남 등지에서 저녁약속이 예정되어 있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한 3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헬스장에 갔다. 나도 내가 건강해지는 걸 느끼는 지경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며 칭찬(?)하기 일쑤다. 적어도 얼굴이 팅팅 부어있지는 않은 건 확실하고, 몸무게도 실제로 매우 가벼운 수준이 되었다(내 기준).
한 달 출퇴근해보니 어떻냐는 질문들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침마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니까 너무 좋다. 반강제로 운동하는 꼴이지만 매일 운동하면 좋은 거 다 알잖아용?
이렇게 6개월, 1년이 지나면 나는 곧 PRADA 모델처럼 데드페이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상상해본다.
이곳은 점심약속이 딱히 없으면 다 같이 식사를 하는 분위기다. 여의도에서는 웬만하면 팀원들끼리 먹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랑 먹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은 나름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느껴진다.
하루는 대표님이 식후에 커피 한잔 하자고 하셔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어떤 포지션으로 일할 생각이냐고 물어보셨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당시에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나 두리뭉실하게 답변했다.
뭐 경력은 좀 있다고 하지만, 이쪽 일을 딱 맞게 해온 건 아니니 누군가가 주는 일 뒤처리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 가져오고 마무리하는지도 지켜보고 그렇게 해야죠. 물론 저도 일을 가져올 수 있으면 해 보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대표님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VC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장 타이틀을 받고 입사를 했는데, '누가 주는 일 할래? // 네가 발굴해서 일할래?' 라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왠지 내가 후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뭐 룰루랄라하는 Soft landing이 어디 있겠나. 나는 나대로 전처리도 하고 후처리도 하는 개인사업자처럼 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져온 일은 앞뒤 전부 내가!, 대표님들이 던져주시는 일들은 그것도 후처리는 내가!
그렇게 9월 한 달 동안 여러 일이 있었다. 그중에 내가 회사를 소개받고, 긍정적인 검토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전 직장에서 하도 재밌게 놀러 다녀서 그랬는지, 업무적으로 나를 떠올려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인맥으로 밥 벌어먹고 살 거는 아니니 업체 발굴 루트를 다변화해야겠지만, 이것만큼 강력한 방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선 M사는 타 증권사 형님에게 소개받고 방문한 업체였다. 나름 공부하고 방문했다고 하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당시에 타 VC와 함께 IR을 진행하였는데, 정작 내가 궁금하거나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질문하지 못했다. 찌랭이처럼 회사를 방문하고 나서야 '아 맞다. 이걸 물어봤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누가 한 번만 가라고 나를 일정으로 압박하던가? 며칠 더 공부해 가면서 회사 대표님과 전화통화도 하고, 메일로 Q&A를 주고받았다. 이걸로는 부족해서 회사를 다시 방문해서 하나하나 캐물었다. 내가 궁금한 것과, VC대표님들이 투자 포인트로 삼을 만한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에 대해서 물고 늘어졌다. 9월 말에 우리 회사에서 전체 IR을 진행한 이후 긍정적인 의견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왠지 내 기준 1호 투자가 M사가 될 것 같다.
S사는 이전 직장에서 함께 협업하던 회계사 친구가 소개해준 업체였다. 본인이 회계법인에 있을 때 관계하던 거래처 담당자분이 이직한 벤처기업인데, 이번 주부터 펀딩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바로 출발!
기술의 독창성과, 대기업향 레퍼런스,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장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관련 규제가 시장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들 까지- 너무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내부에 공유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5년 전 우리 회사 대표님 중 한 분이 이미 검토한 회사라는 '나도 체크해 봤는데 별로야'라는 벽에 부딪혔다.
S사는 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야 회사가 제대로 된 BM을 설정해서 실제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외 대기업향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5년 전 회사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꺼진 불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아쉬웠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대표님 눈 밖에 난 일은 되살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다른 딜을 찾아보라고는 하시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좀 더 일목요연하게 회사의 강점 및 리스크를 정리해서 대표님 본인도 직접 검토해보고 싶게 만들 예정이다. 이건 10월달, 아니 11월달까지도 질질 끌릴 수 있는 프로젝트지만 오기가 생긴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10월 말까지 내부적으로 통과가 안 되면 S사 대표님께 투자 검토 거절 안내를 해드려야 하긴 할 것이다..
V사는 단톡방에 대표님이 '~~ 회사 컨택해보세요'라고 올린 말이 시발점이 되었다. 최근 투자를 어디서 받았으며, IPO를 위한 주관사는 어디인지 등 수많은 기사를 싹 털어서 컨택포인트를 찾아냈다. 일단 IPO는 내가 아는 후배가 담당하고 있었고, 직전 투자 라운드에서는 내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VC사업부에서 참여했으며, 초기 투자자는 회사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계신 분이 다니던 회사였던 것이다. 나는 VC새내기의 패기를 휘두르며 세 곳을 모두 컨택했다. 그 회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각자의 View를 캐물었고, V사에 기업소개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다리 좀 놔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연결된 V사 상무님은 이렇게 말했다.
부장님이랑 연락이 닿기 전에 워낙 곳곳에서 부장님 연락처를 전달해 주더라. 어떤 분인지 만나 뵙고 싶었다.
이렇게 연결된 V사는 9월말 말 우리 회사로 방문하셔서 IR을 진행했고, 대표님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좀 더 스터디를 해보긴 해야겠지만 긍정적으로 볼 포인트가 많다고 판단하신 대표님들이 계셔서 추석 연휴 전날 회사 대표님, CTO, CFO를 다시 만나는 일정을 잡았다. M사 때와 같이 더 깊이 공부하고 더 많이 만나서 회사 이야기를 들으니 강점이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기술자들이 설명하는 회사의 그림과,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회사의 그림을 연결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그런 일을 내가 하고 있다고 느낀다. 추석이 지나고 바로 10월 13일 월요일에 2차 IR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의 VC 2호 투자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A사도 V사와 비슷하게 시작되었다. 단톡방에 올라온 이 회사는 최근에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회사로서 컨택포인트를 찾기 어려웠다. 아직 외감대상도 아닌 데다가 기투자자들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회사들 뿐이었다. V사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메일주소로 투자검토 의향을 담아 메일을 보내고, 031로 시작하는 사무실 전화에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이렇게 몇일을 고민하고 있는데 일은 우연한 방법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먼저 옆자리에 앉은 팀장님이 말을 걸었다. '25년 상반기 IBK 창공 데모데이 때 참석을 했는데, 그때 이 회사 인터뷰를 클로바로 따놓은 게 있다고 참고하라고 했다.
그리고 AI FESTA라는 행사를 할 때 타 투자업계에 있는 친구와 함께 방문을 했는데, 이 친구가 IBK 창공 데모데이를 주관하는 회사 담당자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빙고-
이 두 가지를 엮어 들어가서 A사 대표님 명함을 확보했고 전화 연결이 되었다. 안그래도 메일로도 관심을 보여주셨어서 조만간 연락 주시려고 했다고 했지만,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니었겠는가?
10월 16일에 방문하는 일정을 잡고 9월을 마무리했다.
이 정도면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후자-의 일을 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관리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 나는, 아직은 엉덩이가 가벼워 소개받은 업체는 웬만하면 찾아간다. 찾아가기 전에 회사 IR을 숙독하고 따로 공부를 하고 출발한다. 그래야 내가 어떤 질문을 통해 어떤 결론을 알고 싶어 지는지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을 하면 이 회사를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일까? 이 회사는 왜 창업을 해서 지금 벤처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일까? 대표나 CTO 등이 보는 이 회사의 미래, 이 산업의 미래는 무엇일까?
근데 이게 초심자의 행운이라 회사들이 다 좋아 보이는 것인지, 나 자신이 의문스럽다. 레드팀의 방식으로 내가 세운 논리를 깨 보려고 하기도 한다만, 내 레드팀의 성능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상식에 한정돼서 기능할 뿐이다. 그래서 Deal brief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대표님들의 인사이트를 좀 캐내고 싶은데, VC라는 게 1인 개인 사업체의 집합이라 그런지 구체적인 피드백이 오지 않는다. 다들 본인들이 발굴한 일을 검토하기에 바쁘겠지만... 나는 초보 VC니까 직접 찾아가서 피드백을 구한다. 나도 머쓱하고 상대방도 불편한 것 같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초보 VC인데!?
한편으로는 피카소의 일화를 떠올리기도 한다.
어느 날 카페에서 한 여인이 피카소에게 “냅킨에 그림 하나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피카소가 잠깐,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간단한 스케치를 해주자 여인이 감사 인사를 하며 값을 얼마냐고 묻습니다. 피카소는 “5만 달러입니다”라고 답했지요. 여인이 놀라며 “고작 5분 만에 그린 건데요?”라고 하자, 피카소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이건 5분이 아니라 40년이 걸린 작품입니다."
나의 10년의 경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VC에서는 1달 차 초짜지만, VC에서 보낸 25년도 9월은 내게는 10년 1개월 차 경력자의 업무의 일환이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다양한 포인트에서 기업을 검토하고, 임원진들을 스캐닝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기도 하고, 이를 컨펌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대표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까지 고려가 된 것들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이 아니다.
그래서 오버타임을 자처하고, 바쁜 와중에 내가 딜 소싱해서 일을 더 벌린다.
VC 심사역의 업무라는 게 '발굴 / 심사 / 사후관리'로 구분된다면 각 파트별로 나를 동기부여시킨다.
발굴은 정말 도파민 터지는 일이다. 일주일에 두 개 업체를 방문하는 것도 벅차다고 생각했다가, 어느 하루에는 12개 기관의 IR을 한 번에 듣는 날도 있었다.
어느 날 오후 2~3시에 방문한 업체를 나와서 차에 올라타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업체가 설명한 독창적인 기술력과 BM,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한 각자의 근거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내게 정리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 내가 긍정적으로 판단한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좀 더 팩트체크를 해야 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유튜브나 인터넷 기사에서 토론하는 기술력이 이 회사의 기술을 대체해버리지는 않을지- 급박하게 머릿속에서 정리가 이루어진다. CPU도 오버클럭이 되면 발열이 시작되지 않던가. 내 머리가 뜨거워지고 심장은 부정맥 증상을 의심할 만큼 쿵쾅거리면서 도파민이 터져 나온다.
빨리 집으로 가든, 사무실로 가든 이 모든 걸 정리해 보고 내 의견을 정립하고 싶다..라는 생각뿐이다.
심사는 앞서 언급한 M사와 V사가 내부적으로 방향이 결정된다면 기가 막힌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볼 예정이다. 이 분야만큼은 그동안 많이 봐오고, 해왔던 게 아니던가. 내가 분석계의 오타쿠는 아니지만 발굴과 사후관리보다는 내 영역이라고 생각이 든다. 심사를 하면서 더욱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고, 회사가 정말 강점이 있는 게 맞는지 크로스 체크하는 분석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 벌써 크게 기대가 된다.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일부의 사후관리를 맡았는데, 간단한 일부터 우당탕탕 실수 연발이다.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펀드가 어떤 성격인지, 공동 GP가 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인지, 투자사로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들은 어느 범위인지, 각 이해관계자들의 결재 프로세스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생각보다 모르는 거 투성이다. 그래도 '발굴 / 심사 / 사후관리'가 세트인 업무가 VC인데 내가 응당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드니 잡무라는 생각보다는 공부할 대상처럼 보여 즐거웠다.
일이라는 건 벌리면 벌리는 만큼 생겨난다.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지고, 그렇게 하루가 금세 흘러간다. 문득, ‘그동안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던 걸까’ 싶은 순간이 온다.
달린다고 달려봤지만 이제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첫술에 배불러서 금세 고꾸라지고 싶지는 않다. 사회생활을 몇 년이나 했는데 초반에 너무 속도를 내다가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은가-하고 나를 다잡는다. 나름대로 페이스를 조절하려고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하는 오타니 쇼헤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진정시키면서도 나를 부추겨본다. 삶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도달해야 할 가상의 롤모델을 떠올려본다. 이렇게 균형과 스퍼트, 롱런과 제로백 사이에서 매일 조금씩 나의 속도를 조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고 있다.
왜 한 달이 가득 차게 굴러갔는지... 이 정도면 정리가 된 것 같다.
이직 log 1 week을 쓰고 나서, 한 달 뒤도 이렇게 정신없겠나-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이직 log 1 month를 써보니, 1년 뒤에도 이렇게나 정신없을 것만 같다.
그때가 되면 많은 게 정리돼있고, 세팅되어 있겠지만,
여전히 열정적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