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님은 취미가 뭐예요?”
자기소개를 마치자, 다른 조원이 물었다. 일본에 도착한 첫날 저녁이었고, 함께 식당에서 돈가스를 먹던 중이었다. 우리는 잠시 사무실에서 벗어나 6박 7일의 도쿄 교육훈련을 받게 되었고, 같은 조에 배정되었다. 일주일간 함께 할 사람들이다.
“아... 저 사실 요새 책 쓰고 있어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순간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갈까 하다가, 며칠 전 결심한 것을 떠올리고 말했다.
“오, 정말요? 와 대박. 신기하다.”
책 쓰는 거 말하는 게 뭐가 별 거냐고? 하지만 처음 보는 사이에서 이를 밝힌 것은 내게 큰 용기였다. 그동안 계속 숨겼으니까.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걸 좋아해. 그런데 넌 자꾸 숨겨. 뭐만 하면 계속 ‘비밀이야’라고 하잖아. 특히 넌 책을 쓰는데, 그걸 보고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열 명 중 한 명도 안 될 거야.”
사실 2년이 넘었음에도, 내가 책을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책 주제는 물론이고, 집필한다는 사실 자체를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쟤 나댄다’, ‘업무에 집중 안 하고 엉뚱한 거 하고 있네’, ‘자기가 뭐 된다고 생각하나 봐’라고 욕을 먹을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괜히 튀어서 소외당할까 봐, 실패할까 봐.
그래서일까. 나는 늘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그거 비밀이야 ㅋㅋ”
아마도 그 말 뒤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을 것이다. 그걸 나만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민망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다. 특히 공무원 연수원 시절, 자치회를 함께 한 동기 김OO. 그녀의 성격이 밝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관계를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이었다.
어쩌면 나는 책 집필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서 ‘비밀’을 외쳤던 것은 아닐까?
친구의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았다. 유치원생 시절부터 굳어 있던 방어기제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고칠 수는 없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겠다. 그 일환으로, 이곳 브런치에 책을 쓰는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오늘은 도쿄에서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귀국하기 전, 조원들과 함께 전통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전에 잠시 숙소에서 쉬며 첫 글을 쓴다. 창문 너머로 약간 어두워진, 이국적인 풍경이 보인다.
이제 곧 함께 한다. 나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