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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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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Jul 27. 2021

출국 한 달전,

드디어 학교에 간다

'미개봉 중고'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아직 포장도 뜯어보지 않았으나 이미 중고가 되어버린 제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에는 진짜 제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대하여 같은 말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 대상은 바로 20학번 대학생들이다.


20학번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대학교 캠퍼스의 로망은커녕, 연초부터 점점 심각해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학교 땅조차 밟아보지 못한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나도 그 대다수 중에 한 명이었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그래도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될 때엔 학교에 오고 가더라만, 내가 가야 할 학교는 바다 건너 저 미국에 있기에  학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가을학기와 봄학기 총 두 학기를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나는 본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계절학기로 온라인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본 학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을 때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다.


내가 처했던 상황 치고는 나름 잘 적응했을 뿐이지, 그 말이 수업을 받는 환경이 좋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솔직히 온라인 수업은 힘들었다. 학교나 교수님들도 국제학생들의 상황을 이해해 주었기에 대다수의 수업들은 녹화본을 다시 시청 가능했지만 어떤 수업은 수업 특성상 실시간으로 참여를 해야만 했다. 나 같은 경우 중국어 수업이 시차 때문에 새벽 3~4시에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어 실시간 수업이 있는 날에는 초저녁에 잠에 들어 새벽에 일어나거나 아예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나는 사람의 건강에 있어서 '잠 잘 자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정말 뼈저리게 경험했다. 매일 잠에 드는 시간이 바뀌다 보니 푹 자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해가 뜨고 잠을 자게 되는 날에는 그 시간에 뜨는 해가 싫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잠을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고 피로만 점점 더 누적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학교 과제에서 오는 피로도 있었겠지만 잠이 무엇보다 내가 지치는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과제를 제출하는 시간도 시차를 생각하며 계산해야 했고, 팀 과제가 있는 날에는 각각 다른 나라에 있는 팀원들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차가 공부하는 환경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지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평생 몰랐을 것이다.


앞에서 늘어놓은 것처럼 학교 공부를 하기에 방해물이 많았지만 또 돌이켜보면 마냥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한국에 있으면서 부모님과 정말 오랜만에 긴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맞춰가야 할 점들이 있었기에 부모님과 자주 부딪치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할 때 누릴 수 있는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고 부모님의 사랑 역시 내 안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가족 외에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다른 새로운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에 가기 전에 교육 시스템에 먼저 익숙해질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환경과 사람들도 처음인 상황에 수업을 받는 방식까지 동시에 적응을 해야 했다면 아마 나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수업 방법이나 수업 분위기, 교수님들이 학생을 대하는 대략적인 느낌를 알 수 있었다. 학교 분위기를 먼저 익히고 가니 내가 수업을 못 따라가진 않을까 같은 걱정은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록 코로나로 인하여 생활범위는 많이 제한되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누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약 한 달 뒤면 출국한다. 드디어 나도 학교에 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말하면서도 대학과정의 홈스쿨링하고 있는 건지, 대학을 가긴 한 건지 헷갈렸던 1년이 지나 드디어 학교에 가려하니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유학을 가겠다고 했던 다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에 느껴지는 설렘과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하다. 그러나 학교를 처음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학년은 2학년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부담과 걱정이 크다. 최근에는 이 부담감이 너무 커져서 밤잠을 설치는 날도 잦았다. 내가 하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부담을 가지지 말고 맘껏 누리고 오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 다짐했다. 처음 유학을 다짐했던 이유도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내가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도 사실 정말 감사한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아직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지만 내가 제일 잘하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누리기'를 하고 와야겠다.



미국 비자를 받을 때도, 심지어 지난주까지만 해도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어제 문득 내가 집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 와닿았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학교에 챙겨가야 할 것 리스트, 학교 기숙사로 배달시켜야 할 물품 리스트를 만들었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가족들과 주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많이 남기고 싶다. 그리고 불안과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출국날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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