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교에 도착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13시간을 날아서 미국에 있는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 오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학교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역시 코로나가 말썽이었다. 내가 출국하기 바로 직전까지 내가 사는 지역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기에 어쩌면 이번에도 학교에 갈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코로나를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완벽한 보장은 없었고, 설상가상 감기까지 걸렸다.
며칠 전부터 목이 슬슬 아프더니 머리가 띵해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가니 미열도 났다. 열이 나는 것을 확인하곤 진짜 코로나에 걸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출국은 어떡하고 또 학교에는 어떻게 연락을 할지 머리가 아팠다. 감기에 시달리는 하루 동안 온갖 스트레스는 다 받았다. 안 그래도 아파서 몸에 힘도 없는데 혹시나 진짜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너무 컸다. 예전에는 감기 걸리면 그냥 약 먹고 푹 쉬면 알아서 지나갔던 것 같은데, 감기 한번 걸렸다가 이게 무슨 생 고생인가 억울하고 분했다. 코로나 검사하고 하루 동안 몸고생 마음고생 다 했지만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미국에 도착했다. 내 생의 첫 미국 입국이었다. 오기 전부터 거의 포기하다시피 생각하고 있었기에 막상 미국에 발을 딛었을 때에는 무덤덤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어 없는 간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미국에 도착했다는 것이 점점 실감 나기 시작했다.
미국에 와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집'이다. 한국의 집을 떠올리면 나는 바로 아파트가 떠오른다. 높고 곧게 뻗어서 20-30층은 거뜬하게 넘는 아파트가 나에게는 집의 가장 익숙한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에 오니 건물들이 전체적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높이가 높기보다는 옆으로 넓은 경우가 더 흔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에 가니 층수는 1층이 끝인데 한 층이 굉장히 넓었다. 한국에서는 코스트코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규모였다. 그리고 주택가에 있는 집들이 너무 아기자기 예뻤다. 처음 주택가가 있는 길에 들어섰을 때에는 깜짝 놀랐다. 영화 '업'에서 봤던 아기자기 한 집이 다 다른 모습을 한채 길가를 따라 줄지어 있었다. 같은 대문을 가진 집이 하나도 없었다. 어떤 집은 빨간 장미로 장식된 하얀 집, 민트색 벽에 갈색 지붕 집, 또 빨간 차고를 가진 집도 있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주택가의 모습을 보면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지겨울 틈이 없었다. 물론 사진으로도 많이 남겨뒀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내가 한 학기 동안 지낼 곳을 차근차근 내 물건들로 채웠다. 기숙사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같이 온 다른 한국 친구들보다 좋은 방을 골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졸업생 언니께서 조언해주신 대로 골랐을 뿐인데, 다른 방에는 없는 주방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도 있었다. 출국하기 전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기숙사 환경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꽤나 괜찮았다. 지금까지 미국이라는 땅에 대해서 듣고 보기는 많이 했지만 내가 직접 발을 딛는 것은 처음이기에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컸다. 처음 고등학교에 편입해서 아무도 것도 모르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때에 느꼈던 두려움과 외로움을 미국에서 또 느낄 생각을 하니 오기도 전에 질렸다. 새로움이란 나에게 매우 설레는 말이지만 동시에 외로움이 가득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 와보니 전에 느꼈던 새로움과 또 다른 새로움이었다. 분명 외로움과 두려움도 있지만 그걸 느끼지 못할 만큼 지금은 마음에 안정감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내가 이렇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 온라인 수업을 통해 외로움이라는 큰 벽을 한번 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년간의 시간이 코로나로 인하여 어쩌면 단조롭고 지루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더 성숙한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국에 와보니 한국보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자유롭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한국처럼 어떤 장소에 들어갈 때 열을 제거나 바코드를 찍는 등 따로 검열을 하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실내에선 백신 접종 여부를 떠나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마트 같은 곳에서도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입구에 일회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배치해 두었다. 전체적인 사람들의 분위기만 봤을 때에는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어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백신 접종자가 많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매일 확진자 00명. 문자와 뉴스를 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느끼다가 여기에 오니 뭔가 나도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마스크 꼭꼭 잘하고 조심해서 다녀야겠다.
적응할 겸, 은행일이나 폰 개통 등으로 개학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좀 일찍 학교에 들어왔더니 아직 개학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마음의 여유도 더 생각은 것 같다. 아, 생각보다 음식은 입에 잘 맞는 듯하다. 사실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왔다. 왜냐하면 평소에도 밥이나 한식보다 빵, 양식을 꽤나 즐기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두 끼밖에 못했지만 먹으면서 음식 조절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마음의 균형과 생활 자체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서 더더욱 필요하다. 나의 건강한 미국 생활을 위해서 운동과 식단 조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