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학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카 Braka Jan 07. 2022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베이글 먹기

미국 유학생의 겨울방학 뉴욕 여행(3)

뉴욕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단번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높은 건물이 빽빽이 서있는 도심 속 공원에서 조깅하는 사람들

큰 개와 함께 산책하며 바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화를 받는 사람

한 손에는 커피, 한 손에는 베이글을 가지고 벤치에 앉아서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건지, 아니면 그냥 어떤 사진을 본 것인지 뉴욕에 대해 내가 가진 이미지들의 출처를 정확히 밝혀 낼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뉴요커'의 모습이 내가 상상하는 뉴욕 사람들의 이미지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뉴욕에 실제로 와보니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어느 정도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었고, 그들 반려동물의 대다수가 대형견이었다. 한 손에는 커피, 한 손에는 베이글이라는 공식이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느끼기에 이제는 한국에 있는 카페 개수가 미국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굳이 지도를 찾지 않아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을 금방 찾을 수 있는데, 막상 뉴욕에 와보니 당장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들어갈만한 곳이 잘 없었다. 스타벅스 커피가 좋아서 스타벅스를 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찾아보면 스타벅스밖에 없는 느낌이다.


아무리 내가 생각했던 뉴욕의 공식 '한 손 커피, 한 손 베이글'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뉴욕에 머무는 이상 꼭 실현해보고 싶었다. 나의 로망, 그리고 또 많은 사람의 로망이기도 한 이 공식을 실천하기 위해 날이 좋은 날 우리는 센트럴 파크를 찾았다.


센트럴 파크에 가기 이전에 먼저 맛있는 베이글과 커피를 찾아야 했다. 여러 베이글 가게가 있었지만, 우리는 센트럴파크 베이글 맛집으로 가장 유명한 에사 베이글(Ess-a-Bagel)로 갈 것을 결정했다.


우리가 가게에 도착한 것은 12시쯤이었던 것 같다. 맛집으로 유명한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베이글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안에 들어섰을 때 크림치즈의 종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젤라토 가게에 들어선 듯이, 통유리 진열대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알록달록한 것들이 모두 크림치즈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은 봤어도 크림치즈가 그렇게 다양하게 있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진열대에는 베이글과 크림치즈뿐만 아니라 옆에 달달한 디저트 종류의 케이크와 파이, 요거트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베이글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것은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베이글부터 안에 들어가는 크림치즈, 그리고 부가적인 토핑까지 알아서 다 결정할 수 있었는데, 사실 이곳 에사 베이글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가게들이 꽤 많다.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것은 너무 좋지만, 한 가지 선택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나에게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오히려 힘들게 느껴진다.


고민 끝에 우리가 픽한 베이글은 총 두 가지였다.

하나는 베이직 베이글 + 썬드라이 토마토 크림치즈 + 연어가 들어가는 'A Signature Favorite'과, 통밀 베이글 + 블루베리 크림치즈 조합이었다. 기본적으로 베이글이 반 잘려서 나오기 때문에, 친구와 반반 나눠먹을 때 단짠의 조화까지 생각한 선택이었다.


직접 선택해서 만들어진 베이글과 따뜻한 커피를 구입한 후, 우리는 곧바로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센트럴 파크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축축했다. 처음 도착했던 곳이 하필 건물로 인하여 이미 해가 가려진 음지 부분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센트럴 파크는 이런 느낌이 아닌데.. 아까 베이글 가게에서 줄을 기다리며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탓에 배가 많이 고팠지만 참고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센트럴 파크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조금 걷다 보니 점점 사람들도 많아지고 분위기도 밝아졌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자리를 잡은 곳은 햇볕이 잘 드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한눈에 보이는 넓은 바위였다. 그곳에 앉아서 사진과 영상도 마음에 들 때까지 실컷 찍었다.


열심히 촬영을 하고 난 후 그제서야 베이글을 꺼내 들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베이글의 조합은 완벽했다. 먼저 먹었던 시그니처 베이글 연어와 썬드라이 토마토 크림치즈의 짭짤한 맛이  어울렸다. 그리고  짭짤한 맛을 플레인 베이글이 중화시켜줘서 간도 아주 적절했다. 다음 차례 집어  블루베리 크림치즈 베이글 시그니처 베이글과  다르게 달달한 매력이 있었다. 짭짤한 것을 먹고 나서 달달한 크림치즈가  베이글을 먹으니 디저트를 먹는 기분이었다.


베이글을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진짜 뉴욕, 센트럴파크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높고 큰 건물에 둘러싸인 공원, 트랙을 따라서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잔디밭에 누워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


비록 내가 상상했던 뉴욕의 이미지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실제로 와보니 이 도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뉴욕 사람들은 나름 자신만의 여유를 찾아 살아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반려동물과 산책을, 어떤 사람은 공원에서 조깅을, 또 어떤 사람은 그저 커피 한잔을 통해 여유를 찾았다.


센트럴 파크는 대도시 한복판에 뜬금없이 있는 공원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뉴욕 사람들의 삶에 어쩌면 센트럴파크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쉼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의 로망 중 하나던 '센트럴 파크에서 베이글 먹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에사 베이글(Ess-a-Bagel)


에사 베이글 내부 모습. 연말이라 그런지 대기줄이 길었다
크림치즈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운 비주얼
평화로운 센트럴 파크
우리가 고른 블루베리 크림치즈 베이글과 시그니처 베이글. 강력 추천!


매거진의 이전글 타임스퀘어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