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마음 Jul 04. 2023

쫄깃쫄깃 오독오독 매실장아찌

나무가 연두 옷을 입을 때, 햇살이 가득 내려온 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누군가가 그립고, 누군가를 그릴 때 그 손맛이 그리워진다.      

더위가 막 시작되는 6월이면 가장 먼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과실수는 매실이다. 초록 나뭇잎이 가득한 사이사이에 탱글탱글한 알맹이가 빼곡히 숨어서 익어가고 있다. 나무 근처에 가면 상큼하고 푸릇한 향이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손을 내밀어 한 알 따서 자세히 보니, 꽃샘추위를 이겨내려고 솜털 이불을 덮고 있었나 보다. 

매실의 시큼한 맛은 위장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식욕을 돋운다. 배탈이나 위장장애도 없애 준다고 하여 봄이면 꼭 애용하는 제철 음식이다. 어릴 적부터 배앓이를 자주 하는 막내를 위해서 올해는 씨알이 굵은 매실로 장아찌를 담아볼 요량이다. 

가장 먼저 수확한 매실로 준비한다. 커다란 함지박에 매실을 담고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려 살살 문질러 씻어 건져낸 뒤 소쿠리에서 물기를 말린다. 그사이 준비물을 챙긴다. 매실을 한 땀 한 땀 조각낼 칼, 단맛과 숙성을 도와줄 설탕, 매실의 수분을 살짝 날려줄 굵은소금, 잘 보관할 밀폐용기까지 내놓으면 준비 완료! 

수분이 날아간 매실을 6~8 등분하고 매실 살을 발라내어 굵은소금을 솔솔 뿌려 4시간 동안 절인다. 이때 가끔 까불어 수분이 빠지도록 해야 한다.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매실과 동량의 설탕을 넣어 2~3일간 가끔 저어 설탕을 녹인다. 그대로 냉장 보관하면 1년이 지나도 오독한 매실장아찌를 즐길 수 있다. 나는 오독오독 매실장아찌를 씹을 때 엄마에게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엄마는 나를 늦둥이로 낳으시고 일찍 치아가 빠져 틀니를 하였으나, 맞질 않는다며 그냥 잇몸으로 사셨다. 이 맛을 엄마에게 보여 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매실이 시어서 눈물 나는 게 아니라 엄마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1달 정도 지나면 수분이 빠진 매실이 배배 꼬이듯이 진액 속에 떠 있다. 이때 반드시 진액 그대로 냉장 보관한다. 우리 집에서 먹는 방법 몇 가지 소개해본다. 

여름날에는 고추장과 참기름 한 방울 넣은 매실 무침 몇 조각 하얀 밥 위에 올리면 매콤 새콤 입맛이 살아난다. 나들이 가려고 김밥을 준비할 때, 매실장아찌를 재료 옆에 나란히 한 줄 넣어 싸면 그 맛이 일품. 소화를 도우니 배앓이 걱정도 없다. 

감자가 많이 나오는 하지에는 감자와 계란을 넣어 샌드위치 속을 만들 때 매실을 숭숭 다져 넣는다. 색감도 아삭한 맛도 살아난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마늘 대신 매실장아찌를 고기 위에 올려 먹으면 식후에도 부대낌이 사라진다.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매실장아찌를 어서 담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