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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마음 Jan 28. 2024

아! 시원하다 황태콩나물해장국

속풀이 할 사람 모여라~~~

유행을 지나치는 것은 서운한가 보다. 감기가 유행한다고 나도 감기로 1주일가량 힘들었다.

이부자리 털고 일어나 냉장고에서 먹거리를 찾아 기웃거린다.

냉장고 한 켠에 자리한 큼직한 황태와 언니가 보내준 달큼한 무를 보며 황탯국을 푹 끓여 먹고 싶어 진다.


주섬주섬 재료를 싱크대 위에 올리며 가족들 모습이 떠오른다.

이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 같이 술을 한 잔씩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즐겁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넘친다.

아이들도 친구와 한 잔씩 하면서 주량이 조금씩 늘어나 아빠와 여러 잔 부딪치니 더 즐거운 시간이다.

엄마는 태생이 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냥 잔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시간이 참 빠르다. 기특한 녀석들"

그냥 흐뭇하게 쳐다보고만 있어도 좋다.


웃고 떠드는 식구들 모습에서 술 마시고 집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떠오른다.

남편은 술을 먹고 나면 꼭 전화를 한다.

"공주들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당연히 아이스크림이죠"

현관문이 열리며 간식 봉지 먼저 들어 보이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웃음을 가득 보여준다.

큰 아이는 "마미" 부르며 들어선다. 손에는 아이스크림 봉지가! 

누구 딸인지 ㅎㅎㅎ

"엄마 이거 드세요~~"

막내는 집으로 들어서면 첫마디가

"엄마는 저녁은 드셨나?"

안아주면서 엄마를 깨물어 준다.

각자의 모습으로 들어오면 나는 부엌에서 황태를 꺼낸다. 


그동안 우리 가족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해장국은 조선시대에 등장한 표현으로 [효종갱]이 있었다.

새벽종이 칠 때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버섯, 표고버섯, 쇠갈비, 해삼, 전복 등 18가지 재료에 토장을 넣어 종일 푹 고아 만든 맛이 뛰어난 보양식으로, 대갓집 양반들이 폭음을 한 뒤 하인들을 시켜 사 오게 한 음식이다.

그 당시에 돈을 더 주면 배달도 해 주었단다.


18가지 재료를 넣어 끓일 수는 없으나, 시원한 맛으로 속을 풀어줄 콩나물을 넣어서 해장국을 만들기 시작한다. 커다란 냄비에 황태대가리, 표고버섯줄기, 양파, 조각무를 넣어 1시간 푹 끓여 육수를 만든다. 육수가 조금 식으면 다시마를 넣어 20분 정도 우려낸다. 큼직한 황태는 물에 적셔서 살을 발라내어 작게 잘라, 끓는 육수에 데쳐 부드럽게 만들어둔다. 콩나물은 살캉하게 데쳐낸다. 다진 파, 다진 마늘, 다진청양고추, 새우젓, 김가루도 따로 준비해 둔다.

가족에 대한 나의 사랑만큼 뜨겁게 팔팔 끓여낼 뚝배기를 불 위에 올린다. 바닥에 콩나물 깔고, 부드러운 황태채 크게 한 수저 넣고, 끓는 육수 부은 다음 파, 마늘 등을 올려 바글바글 한소끔 끓인다. 나머지 고명은 먹기 직전에 식성대로 올려 먹도록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수란을 만들어 올려내고, 바쁘다면 계란 한 개 톡 깨트려 고소함을 더한다.

이런 정성스러운 해장국은 나의 체력이 받쳐 줄 때 가능하다. 지금은 감기 뒤끝에 체력이 바닥이라, 모든 재료 넣고 고으듯이 끓여 후루룩 시원하게 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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