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의 로고는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모습이다. 왜 하필 흉칙한 뱀을 상징 마크로 썼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늘 뱀이 감긴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이 뱀은 병자에게 약이 되는 약초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그 약초로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전 세계인의 건강과 질병퇴치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보건기구에서 아스클레피오스의 뱀을 로고로 삼은 것이다.
한 십여년을 주기로 이유없이 몸이 아픈 것 같다. 이번에도 어깨를 중심으로 온몸의 컨디션이 난조를 보였는데 병원에 가서 의심 증상을 검사하면 모든 게 정상 수치가 나와 치료할 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의사의 눈엔 엄살을 부리거나 과도한 건강 염려증 환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체념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가까운 동네 한의원에서 침 맞고 뜸을 뜨다 보니 조금씩 몸이 정상을 회복해가는 느낌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뱀이 내게 맞는 약을 찾아준 것일까? 이유없이 아팠으니 이유없이 낫는 것일까?
어쩌면 내 몸 구석구석 관심을 가져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먹는 것에 신경을 좀 쓴다. 몸에 해로운 것 되도록 멀리하고 몸에 이로운 것도 애써 챙겨먹는다. 몸은 잠시 빌려쓰는 거적데기 같은 거라는데 돌려주는 날까지 되도록 흠집이 나지 않게 써야지 싶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이 많다. 모두에게 아스클레피오스의 뱀이 신묘한 약을 찾아주길 두손 모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