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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Oct 27. 2022

은지화 그리기 체험 - 담 작은 도서관(춘천)

은지화 미술 동아리


여긴 어디? 여긴 춘천!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쓸데없이 빈둥대고 싶어서ᆢ 가 아니라 <담 작은 도서관 >ㅡ은지화 그리기 강습 때문. 내가 다녀본 도서관 중 탑 5에 들 만큼 아담하고 정감있다. 3시간 짜리 강습이라 아주 여유있을 줄 알았는데 눈코 뜰 새 없이 후딱 지나갔다. 어른들이 손에 물감을 묻힌 채 어린 아이들처럼 깔깔대며 재밌어 한다.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서로 잘 그리려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이다. 불후의 명작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며 거의 빼앗다시피 마무리지었다.

도서관에서 배달시킨 짜장면을 한 그릇 비우고 길을 나서니 햇살이 좋다. 서울 가기 싫다. 길거리 붕어빵 한 봉지 사서 야금야금 뜯어먹으며 도심의 젖줄인 공지천 방죽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햇살 따라 바람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니 호반의 도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공지천의 상징인 물고기 조형물 앞에서 은지화 스케치 하나 그리고, 지역 대표 음식인 닭갈비와 함께 막걸리 한 사발 비운다. 물어물어 찾아간 닭갈비 거리인데 혼자라고 자리를 안 내줄까 은근히 걱정했지만 흔쾌히 자리를 내준다. 막걸리 매니아답게 지역 막걸리를 찾으니 소양감 막걸리를 내온다. 아뿔사. 그런데 이거 진짜 별로다. 첫 입맛에 실망하고 바로 지평 막걸리로 바꾼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나오니 어둠이 짙다. 온 길을 되짚어 공지천 야간산책. 평소에도 걷는 걸 좋아하지만 술 취하면 더 많이 걷는다. 걷고 또 걷어 남춘천역ᆢ 올 한해 중 가장 길고 알차게 산 하루다. 사는 게 오늘만 같다면야 그리 덧없지는 않다. 이제 서울행 막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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