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낮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우주의 심연이 머리 위로 펼쳐지곤 한다. 조금 숙연해지면서 실존에 관해 명상하게 된다. 인간의 몸은 60조 개 정도의 세포로 이루어졌다지? 그걸 다시 쪼개면 분자가 되고, 원자가 되고, 전자가 되는데 이건 인간의 숫자로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 차원에서 인간의 존재는 지극히 크다.
그러나 시선을 우주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한대에 가까운 우주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는 내 몸의 원자 하나 크기쯤 될까? 그렇다면 나란 존재는 얼마나 더 작은 걸까? 지극히 크기도 하고 지극히 작기도 한 나는 도대체 무얼까?
나, 라고 생각하는 나는 정말 실체가 있기나 할까? 바람이나 구름 같은 일시적 현상일까? 몸이 흩어져도 영속하는 신묘한 기운일까? 과학도 신도 대답해주지 못하는 이런 질문에 휩싸일 때면 은하수를 길어다 빚은 우주酒에 별밥 안주 삼아 아주 깊이 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