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창조한 세계로 추방된 삶이 현실이라면 그림은 내가 창조한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어느 전생의 기억일지도 모르지만 달은 신비로운 파란빛이다. 바오밥나무처럼 어느 별에 뿌리내린 나무는 달이 그리워 길게 가지를 뻗고 이윽고 꽃을 피울 것이다. 낯선 여행객처럼 저 마을에 들어가 한철 머물다 보면 추방된 세계의 번뇌일랑 잠시 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허물어진 마음의 기둥을 세우고 담벽을 쌓고 지붕을 얹을 것이다. 조금만 절망하고 거뜬히 세상을 건너갈 튼튼한 살가죽을 벼리고 나오는 것이다. 누구든 저 마을에 들어가 쉬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