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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Mar 09. 2024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은지화 미술 동아리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길은 산마루에서 끝난다

한 발짝 더 내딛어 바위 칼끝에 선다

갈기를 날리던 바람이 무릎을 꿇고

고고한 산맥조차 겸손한 침묵에 잠기는 곳

더 오를 수 없는 여기서부터

나는 다시 올라야 한다

배 한 척 띄울 수 없는 발 아래 안개 바다

감전된 침묵 하나 정처없이 항해한다

욕망의 균사체를 먹고 번성한,

이 바다가 수장시킨 인간의 도시 따위는 잠시 잊어라

뱀처럼 또아리튼 시간의 산맥을 너머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집센 바람은 내 의지대로 방향을 꺾을 수 없다

철 지난 사랑도 미움도 돌아보면 검불 같은 것

길섶마다 낭자하게 밟히던

풀벌레 소리, 밤새 토해내고

그래도 남은 울음은 여기 바다에 쏟아내라

여행이 끝나면 구름 위를 걷는 달처럼

나는 자진해서 심해로 침몰해갈 것이다

적당한 고독의 무게로 흔들리며

밑바닥 깊이 퇴적된 시간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홍해를 가른 모세처럼 지방이를 휘둘러

구름 바다를 걷고 걸어

약속된 죽음의 땅으로 즐거이 증발하리라


(*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프리드리히 오마주 작품)


https://cafe.naver.com/eunjihwa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72.7 x 60.6cm, 은지화 Acrylic on foil under Korean paper, 2024, (20F) 호일아트(은지화)~ 쿠킹 호일에 한지를 배접한 다음 다양한 독자적 기법을 써서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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