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시장을 찾은 후배가 내뱉은 첫마디다. 문학을 공부하고 뒤늦게 미대에 들어가 미술학도가 된 까닭에 그림을 좀 안다. 대개 내 작품을 보면 서정적 분위기에 편안한 휴식감을 느낀다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의 반응이라 궁금했다.
ㅡ 뭐가? 어떤 게ᆢ ?
ㅡ 모르겠어요. 전체적인 느낌이 그런데 특히 이 그림ᆢ 전 사진으로 보고 파울 클레의 그림이구나,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여기 전시장에 딱 걸려 있으니ᆢ 와, 세상에! 이게 선배님 그림이라니!!!
나도 뜻밖이다. 장욱진이나 김환기를 읽고가는 사람은 많이 만나서 그러려니 하는데 클레는 처음이다. 그러고 보니 한때 좋아했던 화가다. 현대미술의 산실이라 불리는 바우하우스 교수였고, 독자적 개성의 조형미로 현대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파울 클레! 후배가 떠난 뒤 지목한 두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 속에 클레가 잠들어 있는지 나도 몰랐다. 그림의 속살을 대신 읽어준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