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렘브란트 루벤스 베르메르ᆢ 미술사 좀 아는 눈치 빠른 분이라면 금방 바로크를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 '조르주 드 라 투르'라는 이름을 추가하고 싶다. 대부분은 이름조차 생소한 이 화가는 이제껏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나도 처음엔 좀 특이한 화풍을 구사하는 화가 정도로만 알고 넘겼다. 한번 두번 작품을 접하는 횟수가 많아지자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사람처럼 자꾸만 눈길이 멈추고 급기야 다른 작품을 애써 찾아볼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림 속에 깃든 고요한 정적과 명상적인 분위기, 피규어 인형 같은 독특한 인물 묘사와 세태 풍자, 익살까지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그의 작품 속에 가득 녹아있다.
흔히 바로크를 대표하는 3대 거장으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루벤스가 꼽힌다. 카라바조는 바로크의 창시자로서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버리는 대신 꾸밈없는 진실을 그림 속에 담았고, 렘브란트는 불우한 삶의 그늘 때문이었는지 인간적 고뇌와 갈등, 회한, 번민 같은 감정을 묘사하는 데 탁월했다. 마지막으로 시비를 삼고 싶은 루벤스! 그는 예술가로서 보기 드물게 부와 명성을 동시에 누린 화가다. 그래서일까? 렘브란트와 달리 삶의 찬가로 읽히는 작품이 많다. 비극적 소재를 그렸을 때조차 마찬가지다.
루벤스의 특기 중 하나는 인물을 살아숨쉬게 만드는 것인데 솜씨가 남다른 건 알겠다만 왠지 깊은 맛이 없다. 와, 솜씨 좋네, 감탄하고 끝이다. 뒷맛의 여운이 없다. 뛰어난 그림 장인이지 예술가로 보이진 않는다. <플란다스의 개> 주인공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게 안트워프 성당의 루벤스 그림인데 왜 하필 루벤스일까. 차라리 렘브란트 그림이 더 깊은 감흥은 주지 않았을까 멋대로 상상해본다. 3대 거장에 루벤스 대신 조르주 드 라 투르를 넣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루벤스 그림이 싫다는 건 아니고 조르주 라 투르 그림이 더 좋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그림 취향은 다르니 루벤스 그림 좋아하는 분들은 시비 걸지 마시길ᆢ!
(* 강렬한 명암대비를 통해 큰 정서적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게 바로크 미술의 특징인데 가끔 이런 기법을 내 그림 속으로 차용해 쓰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