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화 미술 동아리 <어울림 그림마당>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은 살인누명을 쓰고 절애고도의 섬에 갖힌다. 어느 날 꿈 속에 검은 옷을 입은 심판관이 찾아와서 "너의 죄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빠삐용은 " 나는 누명을 썼을 뿐 죄가 없다" 고 주장한다. 그러자 심판관은 그에게 "너의 진짜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라며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제서야 빠삐용은 고개를 숙이며 죄가 있음을 인정한다. 방탕한 생활로 일관했던 그의 진짜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였던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전공분야도 아닌 그림을 나는 왜 이토록 열심히 그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하다.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생을 낭비하면 더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봐 나는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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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잠식> - 호일아트(은지화), 130cm×97cm ~ 쿠킹 호일 위에 아크릴 물감을 여러 번 올린 뒤 한지로 배접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