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베인 물감과 일본산 불매운동
'동래부순절도' ㅡ 임진왜란을 소재로 삼은 조선시대 기록화다. 당시 왜놈들이 명분으로 삼은 건 정명가도(征明假道). 명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데 조선이 길을 좀 빌려달라는 얘기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핑계에 불과할 뿐 조선을 삼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세상 어디에도 남의 군대가 자기 앞마당을 지나가도록 길을 내주는 멍청한 나라는 없으니까ᆢ.
그래서 왜놈과 맞서 싸웠다.첫 싸움인 동래성 전투 때 왜군은 공격에 앞서 동래부사 송상현의 마음을 은근히 떠보았다.
왜놈 왈: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으면 길을 빌려달라.
송상현 왈: 싸우다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
결국 송상현은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했다.
그림을 보면서 요즘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아베 정권은 대한민국을 향해 위협하고 있다.
ㅡ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으면 굴복하라!
우리는 여기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4백년 전, 1백년 전 일본의 침략이 군사력을 동원한 영토적 침략이라면 지금은 수출 규제를 통한 경제적 침탈이다. 한국 경제에 타격을 가해 주저 앉히거나 자기네 말을 고분고분 따르도록 길을 들이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도발이다. 전문가들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의 정치적 노림수라고도 하고, 그것을 넘어선 더 큰 음모가 밑그림으로 숨어 있다고 하나, 나 같은 무지렁뱅이가 그런 큰 밑그림이 뭔지 알 턱이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이 경제력의 우위를 무기로 삼아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는 사실이다. 전쟁으로 치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우리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깔보았으면 이따위 망동을 벌인단 말인가! 하필이면 올해가 3.1운동 1백주년이 되는 해이며, 임시정부 수립 1백주년이 되는 해 아닌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조직해 왜놈과 맞서 싸우고, 일제시대 총칼에 굴하지 않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것은 나라가 버린 무지렁뱅이 민초들이었다. 요즘 국민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일본산 불매운동은 그런 차원에서 일제 때 물산장려운동의 드높은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일본산 제품을 쓰는 게 없어 그동안 마음으로만 성원을 보냈는데 뒤늦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홀베인(메이드 인 재팬)' 물감을 쓰고 있지 않았던가. 이미 구입한 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새로 구입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다지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기 위해 이 글을 적는다.
왜놈에 맞서 목숨을 걸고 저항한 선조들에 비한다면 이런 것쯤이야 아주 보잘 것 없는 항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조차 못한다면 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편협한 민족주의적 감성의 발로라 말해도 상관없다. 이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일제의 도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민족적 자존심이며, 내 자존심이다. 여기에 더 많은 미술인들의 동참이 있기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저는앞으로홀베인물감을구입하지않겠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이 해시태그를 달고 동참하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