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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Aug 05. 2019

#심심풀이명화이야기

- <글공부와 물고기 세 마리>

https://cafe.naver.com/eunjihwa


옛그림에서 물고기는 다양한 의미를 띤다. 그 중에서 특히 물고기 세 마리는 글공부와 관련이 있다.

민화 <삼여도>


그림을 보면 커다란 물고기 세 마리가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물고기를 얼마나 크게 그렸던지 두루미보다 훨씬 크고, 소나무 둥치보다도 몸통이 굵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마치 산기슭의 허공 위를 헤엄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괴상한 그림이 선비들의 학문하는 자세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물고기 세 마리를 한자로 표기하면 ‘석 삼(三)’ 자, ‘물고기 어(魚)’ 자를 써서 ‘삼어’가 된다. 그런데 어(魚)는 중국에서 ‘남을 여(餘)’ 자와 읽는 발음이 같다. 이 때문에 이 그림을 읽을 때는 ‘삼여(三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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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삼여도>


삼여란 ‘세 가지의 여가 시간’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에 관한 이야기가 <삼국지> 위지에 나온다.


- 옛날 중국에 동우라는 학식이 높은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와 배움을 청했다. 그러자 동우는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책을 백 번만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하게 되는 법이오. 그러니 굳이 내게 배울 필요가 뭐 있겠소.”

“책을 읽고 싶으나 사는 데 바빠 시간이 없소이다!”

“시간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책을 읽는 데는 삼여, 즉 세 가지 여유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다오. 그것은 밤과 겨울, 그리고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오.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 시간이며, 흐린 날은 맑게 갠 날의 나머지 시간이라오.” -


동우의 말대로 밤과 겨울, 비오는 날은 농삿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여유 시간만 있으면 책을 읽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학문하는 자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얘기다. 우리 주위에도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거나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사람을 간혹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을 보면서 동우의 가르침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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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 < 삼여도 > ~은지화, 33cm×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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