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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May 16. 2020

은지화 무료강습ᆢ 아니고 어울림 그림마당

https://cafe.naver.com/eunjihwa


<은지화 무료강습ᆢ 아니고 어울림 그림마당>


제가 말이죠. 평소 좌우명 같은 걸 맘에 새기며 사는 세련된 인간은 못되는데요. 간혹 잠자리에 누으며 되뇌이는 건 있지요. 살아 생전 인생의 빚을 남기지 말자! 남에게 조금만 신세지거나 은혜를 입으면 어떡하든 보답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곤 해요. 이런 못된(?) 버릇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진 인생의 빚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아직도 못 갚은 사회의 큰빚이 있답니다.

그게 뭐냐면요. 무료강습ᆢ 아니고 재능기부ᆢ 아니고 바로 어울림 마당이에요. 이게 무슨 말인지 갸우뚱할 수도 있는데 사연을 얘기하면 대충 이래요.

제가 사부라 부르는 두 분이 있는데요. 한분은 판소리 사부, 또 한분은 소금 사부. 판소리 사부에겐 수강료를 내고 배웠으니 빚이 없는데 소금 사부에겐 큰 빚이 있어요. 아참, 여기서 소금은 왕소금, 꽃소금.. 그런 소금이 아니구요. 대금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악기 소금! 본래 아쟁주자이신데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위해 대학로 ‘신바람’이란 공간에서 10년 가까이 무료강습을 열었지요. 저도 곁다리로 한 8년 배웠는데요. 사실 수강생이야 약속 있으면 빠지고, 술 먹을 일 있으면 빠지고, 괜히 가기 싫으면 빠질 수 있지만 사부님이야 매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시간이면 자리를 지켜야 하니 곁에서 보기에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듯했지요. 그 지난한 내공과 인내에 늘 경의를 표하고 있던 차에 한번은 그 힘든 무료 강습을 왜 하는지 정색을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왈,

"제가 마음고생으로 한창 힘든 날들이 있었는데 여기 공간에 와서 큰 위안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작은 보답이라도 하려고 시작한 거라 무료강습이란 말도 듣기 거북해요."
"아, 그래요. 요즘 재능기부란 말 많이 쓰니 그게 더 어울리겠네요."
"아니, 전 그 말도 별로예요. 강습이니 기부니 하면 제가 뭘 막 퍼주는 거 같잖아요. 전 어울림이란 말이 가장 좋아요. 제 악기 다루는 솜씨로 사람들과 어울어질 수 있으니 모두가 좋은 거잖아요."
"아ᆢ 어울림! 정말 좋네요. 제가 운좋게 사부님에게 어울림의 기회를 얻었으니 저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어울림을 실천해야겠어요."

이런 대화를 나눈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여적지 실행을 못하고 있는데요. 더 늦기 전에 서푼어치도 안되는 그림솜씨지만 어울림 마당을 열어봐야겠다 싶어요.

문제는 장소예요. 제가 변변한 개인 작업실이 없거든요. 그래서 막 걱정을 했는데 이것도 핑계다 싶더라구요. 비 피하고 바람 막을 수 있고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이면 되지 꼭 번듯한 작업실만 고집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개인 작업실 겸 생활공간으로 쓰고 있는 저희 집을 어울림 마당의 장소로 삼는 쫌 엉뚱하고 파격적인 결단을 했어요. 서울 사대문 안에 있지만 오래된 양옥이라 좀 누추한데요. 거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광은 예술이구요. 비올 때 막걸리에 파전을 구워먹으면 운치가 장난 아니라 작업실 동료들이 늘 오고 싶어하는 곳이지요. 예수도 석가모니도 번듯한 구조물이 아닌 광야와 들판에서 제자들에게 설교를 하고, 얼마전 제 미친 친구넘은 양화대교 아래서 전시회를 하네 어쩌네 지랄발광을 하던데 이 정도면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거 아닌가요?  


(강습 문의 010  5694  8485)

https://cafe.naver.com/eunjihwa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ㅡ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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