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그림이 이상해. ㅡ 뭐가? ㅡ 대상의 크기와 비율이 하나도 안 맞아. 배경의 산은 엄지 손톱만한데 집은 새끼 손톱만하잖아. 새도 모양은 앙증맞은데 산과 비례해보면 실제는 거대한 익룡보다 커야 해. ㅡ 그건 뭐ᆢ 실제를 그대로 화면에 담을 수는 없으니까. 하늘의 태양을 봐. 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알사탕만하잖아.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인데 말야. ㅡ 좋아. 그건 원근감 때문이라 쳐도 저기 집과 나무는 같은 공간의 지점에 있는데도 비율이 안 맞아. 저렇게 집채보다 큰 나무가 어딨어? ㅡ 그건 하나의 이미지야. 집이라는 이미지, 나무라는 이미지를 그린 것일 뿐. 사실 세상의 어떤 그림도 이미지일 뿐이거든. 신라의 솔거처럼 새가 착각할 만큼 나무를 잘 그렸어도 그것의 실제는 나무가 아니라 벽에 칠한 물감일 뿐이거든. 그러니까 보는 이가 나무 혹은 집이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돼. ㅡ 머 그건 그렇다 치고ᆢ 왜 그림이 늘 회고적인 분위기야? ㅡ 과거는 화석화된 시간이 아니야. 과거 시간의 축적이 현재이고 미래를 잉태하는 자궁 같은 거라 생각해. 이상화된 과거의 기억 속에 불완전한 현실 혹은 미래의 지향점이 있는 걸 테지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