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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인정받기(1)

영국 본사에서 온 인센티브

고객사 필드 클레임 담당자가 우리 회사를 찾아와서 나를 불렀다.


“황 과장님이 수고 좀 해주세요”


프리미엄 브랜드 차종을 처음 하게 된 우리 회사는 처음 적용하는 공법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론칭하였다.

하지만 품질 문제가 발생되어 거의 2주 동안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캠페인 : 품질 문제 발생되면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에 있는 모든 차량을 Rework(수정작업)을 하는 활동)


미세 누유에 원인을 못 찾고 있어 완성차에서 검사하고 필드에서 다시 조임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부품 문제가 아닌 설계적인 오류라고 기준 토크 값(조임 강도)이 잘못되었다고 고객사에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사 설계 담당자와 상대 조립 부품 업체 담당자는 토크 값은 문제없다고 나의 주장을 일축해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고객사 필드 클레임 담당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나는 필드 클레임 담당자 도움으로 상대 부품 업체에 출장 가서 시험실에서 현장 반장하고 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시험은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부품을 가공 준비해서 조건별로 진행하였다.

결론은 토크 값(조임 강도) 미달…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의 주장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공장장에게 직보고 하였다.

공장장은 정말 수고했다고 바로 시험성적서 작성하여 고객에게 보내라고 하였다.

간략하게 A4 1장짜리 Test Report를 작성하여 고객사 개발담당에게 메일로 송부하였다.

그 메일로 인하여 고객사는 뒤집어졌다. 지금까지 부품사 품질 문제라고 주장해 왔던 고객사 설계 담당자는 고객사 본사 부품개발담당에게 사정했다.

생산 라인과 협의해서 토크 기준값을 올릴 테니 Report는 메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난 회사에서 완전히 인정받았다.

나는 과분하게도 고객사 직원들이 해결 못하는 걸 해결한 꽤 능력 있는 직원으로 소문났다.

처음 개발하는 차종이라 개발담당자인 나는 품질 문제가 최초 발생되었을 때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밤 잠을 잘 못 자고 회사 가면 온종일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매달렸다.

원인 분석을 위해 엄청난 양에 서치와 주변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구했다. 그리고 부품 하나하나 공부하고 분석하였다.

그렇게 온 신경을 문제 해결에 쏟아부으니까, 결국엔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었고 조임 부위에 미세 누유를 더 조여주고 있으니 조임 강도 문제라고 접근하니 해결책이 보였던 것이다.


그 일로 영국 본사로부터 한국 대표이사와 공장장만 알고 있는 Letter를 하나 받았다.

Congratulations라고 시작하는 Incentive Letter였다. 3,000유로…

맞벌이를 하는 나는 그 프리미엄 차종 개발담당을 하면서 약 8개월 동안 퇴근시간이 오후 9시 이후였다.

그로 인해 독박 육아한다고 와이프는 매일 불만이었고, 난 눈치를 많이 보면서 지냈다.

하지만, 그 성과급을 와이프에게 주면서 좀 어깨를 펼 수 있었다.

“당신 그동안 둘째 혼자 육아한다고 고생했는데, 가방 하나 사~~”. 정말 얼마나 심각했냐면, 가정법원까지 갈뻔했다.

그 인센티브가 와이프의 마음을 한결 누그려트려 준 것이다.

그 성과급을 내가 받은 걸 아는 사람은 국내에서 3명뿐이었다.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포상을 한 것이다.

비밀로 하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생을 보상받았고, 위기를 넘겼다는 생각에 회사에 고마움이 느껴졌던 일이다.


그렇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 탈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탈출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번째, 가정보다 회사에 시간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가정과 일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요즘은 직장에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직원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직장보다는 가정을 더 지키려고 하고, 회사에 위기가 오면 같이 해결하는 것보다 자기가 다치지 않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것 같다.

그게 요즘 트렌드 인가??

그러나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어도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승진한다.


어딜 가나 인정받는 사람은 좀 다르다. 그런 직원들은 회사에서 놓치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인정하는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면 그 사람을 따라 하면 된다.


그게 직장에서 인정받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2024년 5월 5일


거제도 ‘Blue Water’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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