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생각이 세상을 무너뜨린다고?

정령을 만났을 때 행동지침.

by 재섭이네수산

1. 정령을 만났습니까?

남자 아이는 엄마와 다툰 후 급하게 집을 나오다 어떤 차와 부딪힐 뻔했다. 그것은 모두가 잘 알법한 '김여사'의 차였다.

"죄송합니다."

남자 아이는 사과를 한 뒤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50대 아주머니 즉 '김여사'님께서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차 밖으로 나오셨다.

"아니에요. 내가 미안하지. 다친 데 없어요?"

괜히 우아한 귀부인인 척 말하지만, 속으론 엄청 놀란 상태의 김여사.

"전 괜찮아요. 그냥 가세요."

남자아이는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구는 김여사님이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김여사님은 갑자기 남자 아이의 팔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남자 아이는 김여사님의 범상치 않은 힘의 세기를 느끼고 깜짝 놀라 김여사님을 쳐다보았다.

"니 생각이 맞아. 나 운동했다. 푸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파래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날 만난 걸 감사하며, 소원을 말해볼래?"

남자 아이는 이상한 아줌마의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다 그런 것도 다 귀찮고,

"세상이 다 무너졌으면 좋겠다!"

소리치고 말았다.

"그런 소원을 빌면 어떡해. 음... 좀 축소해서 네 소원을 들어줘볼게. 한 번 겪고 난 다음에 다시 만나 다음 소원을 진지하게 토론해 보자꾸나."


소원 속으로...



2. 나는 여자아이

모든 시작은 꼭 그 발작과도 같은 주인공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꼭 하고야마는 미친 호기심, 자제해야 할 타이밍에 터져나오는 지나친 호기심 때문에 환타지의 문은 활짝 열리고 있었다.


분명 처음에 나는 창가에 다가갔었다. 그때 미풍이 불었나? 내 볼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매혹되어 나는 어르신 행차하듯 천천히 집 밖으로 걸어나왔다. 뜻밖의 이유로 집밖으로 나온 김에 바람에 몸을 맡겨도 보고, 푸르른 하늘에 시선을 잠시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이, 아니 자외선이 머리며 팔이며 온 몸을 콕콕 쪼아대는데, 나는 곧 몸서리를 치며 집 문고리를 찾았다. 그때였다. 내 시선 아래로 새카만 지푸라기 한 단이 너부러져 있었다. 그때는 분명 지푸라기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 검은 지푸라기 한 단에게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검은 지푸라기가 어쩐 일로 저리 밝게 빛나는 걸까' 갑자기 너무 궁금했다. 그와 동시에 내 손이 무심결에 지푸라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번 쓰다듬었다. 나는 그 매끄러움을 몸소 느끼며 이내 눈알까지 굴려가며 이것은 어디에서 온 지푸라기일까 꽤 오랫동안 분석하고 있었다.


3. 운명적인 만남?

분명히 검은 지푸라기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서럽게 우느라 자신의 머릿칼을 어루만지고 있는 나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다 우리는 이내 곧 눈이 맞았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번개에 맞은 듯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동시에 뒤로 발라당 나자빠졌다. 내가 검은 지푸라기가 남자 사람의 머리카락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동시에 남자 사람은 이상한 여자 사람이 자기 머리를 쓰담쓰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때 내가 응당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옳지만 사람이 당황을 하면 옳은 일보다 늘 자신의 안위를 먼저 돌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이라고 우겨본다. 나, 번개를 맞은듯 깜놀하여 아무 말 하는 중! 손자병법에 있다고 들었던 조상님들의 지혜를 빌려써야 할 때가 왔다. 삼심육계 줄행랑!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엘라스틴한 지푸라기를 피해 도망쳐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어머... 나 완전 양아치네.


4. 나는 남자아이

저기, 저곳은 내가 있어야 할 집이었다. 꽃같이 예쁜 내 여동생이 턱을 괴고 시를 읊었을 저 창가, 내 여동생 대신 저 창가에 앉은 이름 모를 예쁜 여자 아이는 모르겠지?그건 너의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 아버지의 세번의 국회의원 도전 실패. 그로 인한 파산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죄가 없는 저 창가의 여자 아이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알면서도 오늘도 아직도 여전히 서러웠기 때문에 원망을 읊조렸다.

"너는 참으로 말갛게 행복하구나.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괜히 너를 저주한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풀들아, 넝쿨들아 사막을 지나서라도 이 곳으로 와다오. 저 집을 감싸 형체가 보이지 않게 해주기를 내 안에 피를 걸고 바라오니, 어서 와서 모든 곳에 형체를 앗아가다오. 그리하여 제발 내 슬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다오. 나는 너에게 내 생명인 피를 걸고 희망한다."

내 설움은 무섭게도 말도 안되는 저주와 맹세를 읊조리게 하는 결말을 이뤄냈다. 왜냐하면 슬픔은 풀이 되고, 원망은 넝쿨이 되어, 약속한 남자 사람의 피를 먹고 자라나 '검은 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 지구 밑바닥까지 뿌리를 두고 핵의 기운을 빨아당기는 '검은 풀'은 희망을 잃어 지푸라기 같았던 남자사람의 머리칼에 윤기를 가져다 주었다.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은 검은 풀의 저주였다. 그것을 알리 없는 희생양이 다가온다. 그것을 발견한 여자 사람은 자석에 이끌리듯 피를 먹고 자란 검은 풀의 윤기를 매만졌다. 마치 엄마가 아파서 우는 아기를 자장자장 달래듯 천천히 따소롭게 토닥토닥 남자 아이를 달래주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운명의 스파크는 검은 풀에 불을 붙이고 서로의 방향으로 나뒹굴었다. 남자 사람은 누운 김에 마저 남은 눈물을 쏟아냈고

여자 사람은 총알처럼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5. 검은 풀

여자 아이는 배꼼 숨어서 남자 아이의 안위를 확인하였다.

그 남자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프구나.

미안함이 여자 아이의 등을 쎄게 떠밀어 여자 아이는 문 밖으로 퉁 튕겨나왔고, 남자 아이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닦으세요."

그때였다!

쿠쿵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무너졌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설명할 수 없는 이 검은 풀은 사람들의 원망을 먹고 싹을 냈다. 그리고 발라당 누운 남자 사람의 머리가 바닥에 쿵 닿은 그 순간 스파크를 통해 검은 풀은 공기 중에 흩어졌고, 남자 아이의 소원대로 시멘트를 타고, 아스팔트를 타고 여자 아이의 집을 순식간에 뒤덮더니, 몇 초 만에 그 커다란 콘크리트 벽을 부식시키고 야들야들하게 만든 다음 한입 야곰 잡아먹었다. 그러자 쿠쿵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무너진 것이다. 남자 아이가 피로 맹세한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소원 밖으로


6. 정령을 만났을 때 행동지침.

"이래도 나쁜 소원 빌거야?"

"아뇨. 번복 가능한가요?"

남자 아이는 이내 자신이 피까지 내놓으며 맹세했던 소원을 철수했다.

"빠른 철회. 아주 칭찬한다."

김여사님은 박수를 크게 치며 박장대소 했다.

"금방 검은 풀이 무너뜨린 집의 소녀, 네 첫사랑인 거 내가 다 알지~"

"네? 아니 아줌마가 어떻게 그걸...."

"아줌마라니? 불쾌하네. 물론 내가 김여사라고 불리우기는 하지만 난 엄연한 정령이라고!"

"정령... 이요?"

"그래. 정령."

남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대개 아줌마가 정령이라구요? 라는 표정을 짓거든. 근데 어째 니 표정은 정령이 뭐지? 하는 표정이다. 맞니?"

"네. 정령이 뭡니까?"

"정령이란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들어 있다는 영혼으로 원시 종교의 숭배 대상 가운데 하나인 존재이다. 이렇게 나무위키에는 설명하고 있지. 그러나 이 글에서 이 작가는 정령을 이렇게 정의한단다. 인생의 절반을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낸 주름살 많고, 섬세한 감성을 가져 장트러블 많고, 그렇기에 마음이 아름답지만 운전을 드럽게 못해 김여사로 불리우는 50대 여성으로써, 자기 구역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아무튼 정령을 만나면 말이다 긍정적인 소원을 빌어. 너 지금 문화원에 아르바이트 가지? 거기서 너의 소중한 사람을 만날거야. 잘해라. 거기서 행복하다 느낄 때 네 다음 소원이 이루어질거야. 첫사랑이 이루어질지 또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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