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이 소원을 수집하는 방법

4화 후회해요, 그날을....

by 재섭이네수산

-흙길에 서서-

우리 집앞에 가장 문제는 먼지였다.
자동차 한 번 지나가면 흩날리는 먼지들, 건조한 날씨엔 더 많이 흩날리는 먼지들.
이 먼지들이 내 집을 휩쌀 때면 나는 상상했다.
우리집은 커다란 램프고 저 먼지는 지니가 나오기 직전에 연기라고 말이다.
이제 곧 지니가 나와야 할 차례인데 나오겠냐?
그랬었는데, 내가 정령이라니~~^^
이제 그런 흙길을 벗어나 아스팔트 아니면 콘크리트로 다져진 좋은 대로 옆에 살고 싶었지만 정령이 된 지금 나는 인생을 빗대는 이 흙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를 정령으로 만들게 해준 이 먼지를 사랑해야지~

50세 내 생일에 우리 집 앞에 우편함이 하나 생겼다. 먼지가 흩날릴 때면 하나씩 편지가 되어 이 우편함에 놓여졌다.
"오늘은 몇 개나 와있을까?"
내가 맡은 구역은 극비이다. 때문에 미안하지만 이 글에서도 밝힐 수 없다.
내 구역에 있는 흙길에 먼지들이 하나씩 모여들면 우편함에는 소원이 한가득 몰려들어 켜켜이 쌓인다.
내가 콧노래까지 부르며 우편함을 열 때 갑자기 엊그제 깐 잔디를 투둑 투둑 해치며 반갑지만 반갑지 않은 녀석이 나타났다.
"정령님~"
"하아~ 귀여운 두더지씨! 근데, 꼭 그렇게 잔디를 망가뜨리며 와야할까? 연구해봐. 안 망가뜨리고 오는 방법. 내 소원이다."
"아 죄송해요."
두더지씨가 멋적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정령님~ 여기 까만 엽서입니다. 오늘은 한 장이에요."
가끔 땅 속에서 두더지가 엽서 한 장을 물어오곤 하는데 이건 까만 소원이라고 부른다. 원망을 가득 담아 빈 소원이라 저주와도 같은 소원이 존재한다. 자신을 위한 소원을 가장하여 다른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 나쁜 소원들을 비는 사람들이 왕왕 있는데, 그것을 적은 까만 엽서는 땅속으로 박히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두더지가 물어다준다.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읽는 것은 마치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다. 새로운 길을 걷고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여행처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남몰래 보내오는 마음속 소원들을 읽는 것은 새로운 세상으로 첨벙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하나 만나 소원을 이루어주었을 때의 기분은 세상에 꽃가루를 날리고 있는 축하 사절단이 된 느낌이다.


그러나 이 검은 소원은 행복감보다 걱정이 앞서긴한다. 왜냐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면 소원을 빈 당사자들은 결국 후회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후회해요. 그날, 그렇게 아버지를 모른체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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