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MBTI에 대한 이야기 중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면 T,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면 F라는 말에 우리는 촛점을 맞춰 점심을 먹으며 각자 의견을 나눴다.
"뭐든 결과가 중요하지. 아무리 과정이 좋으면 뭘하냐? 결과가 나쁘면 꽝이야."
"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게 나올 수가 있고, 과정이 좋았다면 결과가 좀 나쁘더라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
의견이 나뉘었다.
그때 우연히 나는 이것과 같은 맥락일지는 모를 한 사건이 떠올랐다.
"그럼 이건 다들 어떻게 생각해? 어떤 두 명의 아이를 둔 아기 엄마가 빨랫줄에 목을 맨 채로 죽었던 사건이 있었어. 반항흔이 없어 처음엔 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봤다고 해. 그런데 다시 조사를 했더니 이 아기엄마와 친하게 지내던 동창이 자기보다 못했던 친구가 자기보다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이 질투가 나서 죽였다는 사건인데, 여기서 아기 엄마에게 반항흔이 없었던 이유가 충격이었어. 왼쪽 팔엔 1살 된 아기를 안고 있었던 아기엄마는 빨랫줄이 목을 졸라올 때 다른 오른쪽 손으로만 목에 묶인 빨랫줄을 풀려고 했기 때문에 풀지 못했는데, 만약 아기를 떨구고 두 손으로 빨랫줄을 풀었으면 살았을 거라는 거야. 그런데 이 아기엄마는 자기가 죽어가는데도 아기가 떨어져서 다칠까봐 놓지를 못하고 끝까지 오른쪽 손으로만 빨랫줄을 풀려고 했다는 거지. 그러다 결과적으로 자기도 죽고 아기도 죽었거든. 그럼 그때 이 아기 엄마는 아기를 내동댕이치고 자기 살 길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미련하다 할 상황일까?"
아기를 살리기 위해 자기 목이 졸려오는 데도 놓지 못하는 것이 엄마의 사랑인가보다. ㅠㅠ 나는 이 또한 숭고한 정신 아닌가 싶어. 참으로 사연이 너무 가슴이 아팠고, 너무나 안타까웠고 그래서 절로 눈물이 나왔다.
평소 일을 할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게 맡겨진 일을 해내 결과를 좋게 만들려고 애쓴다.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인정받는 거니까 말이다. 때때로 과정이 나빴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칭찬을 받았고, 때때로 과정이 좋았는데 결과가 나빠 엄청난 욕을 쳐먹은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어찌 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가슴 밑바닥에 자리 잡더라. 내가 T든 F든 사회생활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아주 많은 순간이 T였어야 삶이 수월했겠다 한탄한다.
F인 나는, 내 성향과 다른 방향으로 살아야 하는 사회생활, 직장생활에 지칠 때면 이곳에 와서 마음껏 내 성향을 뿜뿜 내뿜고 있는 것 같다. 아이를 놓으면 살 수 있고 아이를 놓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행여라도 아이가 어떻게 될까봐 더 꽉 안고 있었던 엄마 마음에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