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극장과 도시형 종합예술축제의 가능성
울름에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것’, ‘가장 큰 것’이 하나씩 있다. 가장 오래된 것은 1641년에 설립된 울름 시립극장, 가장 큰 것은 1842년부터 1859년까지 독일 연방이 군사 방어를 위해 건설한, 독일에서 가장 큰 요새인 빌헬름스부르크이다.
2년에 한 번, 가장 오래된 시립극장과 가장 큰 요새가 손을 맞잡고 하나의 대형 무대를 만든다. 올해 그 무대에서 펼쳐지는 작품은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다.
이 공연은 연극, 합창, 무용, 오케스트라가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종합예술 프로젝트로, 빌헬름스부르크 요새 내부에 특별히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공연된다. 공연장은 약 1,600석 규모의 객석을 갖추고 있으며, 부채꼴로 퍼지는 반원형 관객석 구조와 무대가 관객보다 낮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 모든 좌석에서 무대를 넓고 쾌적하게 조망할 수 있다. 또한 음향과 조명 시스템은 실내 전문 공연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공연의 스케일은 기술적 측면만으로도 압도적이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관객층의 폭과 호응도이다. 평소 오페라나 연극을 관람하지 않는 이들도 이 뮤지컬만큼은 반드시 보러 온다고 한다. 공연은 총 21회 예정되어 있으며, 대부분 조기 매진되는 것이 관례다. 4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이 무대를 찾는데, 이는 울름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모든 예술 부문이 하나의 목표로 협업한다’는 데 있다. 울름 시립극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독일 시립극장은 ‘제작극장’ 체제로 운영되며, 전속 성악가, 배우, 무용수, 합창단원, 오케스트라 단원 등 상근 앙상블이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일상적인 오페라·연극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이처럼 전 장르를 아우르는 대형 공연에서도 긴밀히 협력하며 극장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이는 한국의 공연예술 축제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운영 방식이다. 한국의 축제는 대부분 외부 단체를 공모·초청하거나, 단기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된다. 무엇보다 최근 한국의 축제들은 콘텐츠 자체보다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타 캐스팅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공연예술 고유의 창작성과 예술적 연속성을 유지하기에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축제가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문화 생태계나 예술적 정체성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독일의 제작극장은 극장 내부의 창작 역량과 인력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창작 기반을 형성하며, 축제조차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레퍼토리 기반 예술 생산의 확장판’으로 기능한다. 공공 지원금 역시 외부 초청보다는 제작극장 체제의 고용 유지와 창작 여건 확보에 집중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예술가들은 안정적인 고용 속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공연의 완성도뿐 아니라, 도시의 문화 정체성과 관객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토요일 밤의 열기’는 단지 흥행을 위한 뮤지컬이 아니라, 2년 전 공연했던 ‘시스터 액트’에 이은 또 하나의 울름극장 레퍼토리이자 울름의 문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요즘 이 공연의 막바지 무대 리허설이 한창이다. 울름의 첫여름이 이 뮤지컬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P.s 공식적인 트레일러 제작 전이라 저작권 문제로 영상에서 무대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