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로부터 배운 것(2편)
습관을 만드는 여정
자면서도 긴장한 탓일까?
다행히 첫날 기상시간 인증에 성공했다.
'과연 몇 명이나 성공했을까?' 하고 카톡방을 켰는데, 아니 세상에!
내가 눈뜨기도 전에 이미 많은 참여자들은 기상과 아침 루틴 인증을 완료했다.
채팅방 스크롤을 올려가며 많은 참여자들의 사진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이른 새벽, 러닝 인증 사진, 토익 공부 인증 사진, 기사를 읽고 캡처한 사진, 샐러드 식단 사진 등 인증 사진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렇게 매일 각자의 기상, 아침 루틴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다들 열심히네. 그동안 나만 너무 대충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참여자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꾸준함은 카톡방을 통해
내게 전달되었고, 꽤 높은 동기 부여와 긍정적 자극을 주었다.
그동안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나의 수면 패턴은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정말 좋아지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다음날 아침에 기상 인증 미션이 긴장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 긴장감은 마치 어린 시절, 엄마가 사주신 빳빳한 새 잠옷을 입고 누운
첫날 같았다. 남의 옷을 입은 듯, 익숙하지 않은 그 불편함.
하지만 새 잠옷이 여러 번의 구김과 마찰을 반복하며 내 몸에 맞춰지듯,
그 빳빳했던 긴장감이 점차 말랑하게 만져지는 여유를 경험했다.
루틴(routine)의 사전적 의미는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를 말한다.
여기서 '운동 수행 능력'을 '일상생활 수행 능력'으로 바꾸어 읽어본다.
"최고의 일상생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
사전적 의미처럼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과 절차'는 생각보다 큰 성취감을 주었다.
그동안 방치된 내 삶의 어떠한 부분들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힌 느낌이었다.
마치, 여기저기 흩어져 제 자리를 못 찾던 제각각의 퍼즐 조각들이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이 효과가 과연 몇만 원 안 되는 참가비의 힘인지,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 덕분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매우 기분 좋게 한 달간 미션을 모두 달성했다.
'수고했다, 나 자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두 달째를 맞이하던 어느 날부터 조금씩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카톡방에 이 방의 취지와 전혀 관계없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경제 지식과 관련된 글이었고, '혼자만 이 좋은 정보를 알기에는
너무 안타깝다.'며 장문의 경제 관련 글이 매일 올라왔다.
처음에는 '부자 되는 방법'으로 시작되어 '일반 샐러리맨이 재정적 여유를 누리기 힘든 이유', '개인 사업을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개인 사업으로 유럽에서 성공한 사업가 이야기' 등의 내용으로 이어졌다.
어쩐지 더 이상했던 것은 그 글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 글이 올라오기 무섭게 많은 참여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정말 중요한 내용, 몰랐던 내용을 잘 말씀해주셨다.'며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 강조했다.
처음에는 무시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기획자에게 따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령대가 비슷한 것 같은데 '한번 만나자.'는 연락.
그다음은 '최근에 좋은 영양제를 알게 되어서, 이 정보를 나누고 싶어 연락했다. 구매할 의향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연락.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는 하던 대로 인증 사진을 올렸다.
이 루틴 프로그램은 매일 기상, 루틴 사진을 서로 카톡방에 공유하는 것 외에도
월 1회 정도 프로그램 기획자가 '루틴 실천'과 관련한 세미나 형태의 강의를 진행했다. 의무는 아니며, 자율 참여가 가능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비대면 형태로 진행하였고, 나는 가볍게 한두 번 정도 참여하였다.
한 번은 강의가 마무리된 후, 각자 나이와 직업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일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 기획자는 자신을 의약회사 마케팅 담당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다른 참여자 또한 같은 직종 근무자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의 주목적이 루틴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개인 사업에 대한 중요성과 영양제 구매를 나에게 권유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2주 뒤, 다시 한번 프로그램 기획자로부터 개인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나의 거주지를 물으며 약속 장소를 정하자는 것이었다.
'왜 자꾸 만나자고 하는 것일까?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프로그램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배운 '반복적인 습관, 루틴 만들기'를 내 삶에 스스로 적용해보는 것이다.
충분한 힌트를 얻었고, 성취감도 맛보았으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전송되는 다른 이들의 인증 사진을 직접 보지 않아도,
삶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읽어낼 눈이 생긴 것 같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어설프지만 루틴 어플을 체크하고
손으로 작성하는 스케줄 계획표를 작성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때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 습관들을 통해 얻는 게 무엇인지' 의아해할지 몰라도 나 스스로 변화를 느끼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변화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남들이 나를 판단할 수 없다.
그들은 나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보이기도 민망한 작은 목표도 괜찮다.
(공부의 신 강성태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최대한 아주 사소한 목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나긴 습관 만들기의 여정 가운데 내가 얻게 된 기분 좋은 경험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눕는 순간 '내가 만든 습관 시스템'을 실천할
다음 날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은 내게 찾아오는 변화를
직면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