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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둥 Jun 02. 2023

뭣이 중헌디?

그림책 <중요한 문제>를 읽고



 수학 선생님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주면 학생들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어떤 문제든 쉽게 풀어버리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어렵다고 문제를 풀지 않는 학생도 있고, 조금 풀어보다가 풀리지 않으면 답지를 보는 학생도 있다. 나의 경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학생이었다.


 수업이 끝나고도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 이후에도 생각은 계속되었다. 문제에 골몰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바뀌어있고, 밝았던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던 기억. 포기할 법도 하건만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도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올 때가 있었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었다. 나에게 있어 문제라는 것은 풀기 위해 존재하며 꼭 풀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어떤 문제든 해결을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보니 세상을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문제들도 수학문제를 풀듯이  신경을 집중하여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답이 명확한 수학문제와는 달랐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고,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일이 더 꼬이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나갔다.


 이 책에 나오는 네모씨의 상황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정수리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구멍이 생기면서 네모씨의 문제가 시작되었다. 네모씨는 탈모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을 따른다. 모자도 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뜨거운 물로 목욕도 하지 않고 초콜릿도 먹지 않는다. 모두 네모씨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네모씨의 머리카락은 훌훌 빠질 뿐이었다. 네모씨가 머리에 난 구멍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네모씨의 마음에는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네모씨를 보며 그동안 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면서 즐거움대신 괴로움을 택했다. 삶의 문제에 모든 초점을 맞추느라 삶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며 살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생을 살았던 게 아닐까 싶다.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그것이 내가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내가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으면 그 일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어떤 일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이 진짜 문제인가?'라고 질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게 왜 문제일까? 어떤 점이 두려운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가진 문제들이 별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많다. 그러면 그 문제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을 멈출 것이다. 나의 인생은 문제집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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