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헤어질 결심

마침표 대신 리부트 버튼을 누른다.

by Lia to the moon

3년 전 가을, 어느 날의 면담을 잊지 못한다.

예고 없이 찾아온 일대일 대화. 당시 성과도 나쁘지 않았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당연히 긍정적인 피드백의 자리일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부드러운 질문이었지만, 대화가 흘러가는 방향은 달랐다. 공기 중에 떠도는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했고,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조직 안에서 내 유통기한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위기감에서 피어난 기묘한 동력

그해 연말, 절박함이 밀려왔다.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막막했다.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만 살다 보니,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이름도 직함도 없는 'No one'이 될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12월 31일, 조바심을 동력 삼아 학원을 등록했다. 자격증만 있으면 당장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학창 시절 이후 가장 뜨겁게 공부했던 것 같다. 휴일마다 몸져누울 정도로 몰입한 끝에 초급을 거쳐 이듬해 중급 자격증까지 땄다. 민간 자격증이었지만 뿌듯했다. 이제 "저 자격증 있어요"라고 말할 수는 있게 됐다.

하지만 깨달음은 차가웠다. 자격증 하나가 내 인생 2막의 완벽한 보증수표가 되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안정이 주는 달콤한 독

그러는 사이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조직 내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나에 대한 압박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나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재평가되어 있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내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했을 뿐인데, 주변의 시선은 그렇게 변했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의 평온함은 달콤했다. 심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안정이 위험했다. 편안함에 적응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던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고, 나는 다시 안주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작년 말, 익숙한 공기가 다시 감지됐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3년 전 그 느낌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3년 만에 찾아온 익숙한 감각 앞에서 나는 깊이 반성했다.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나태함을, 준비를 멈춘 안일함을, 현실을 잊고 싶어 했던 나약함을.


그리고 이제, 헤어질 결심을 한다.

칭찬으로 춤추는 고래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의 위기감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더 강력한 연료가 된다. 이번에는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다. 나는 리부트 버튼을 누를 것이다.

누군가의 평가에 흔들리며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준비하고 선택해서 더 넓은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 출구에서, 나는 나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시 뜨거워질 나를 위한, 나의 화려한 '헤어질 결심'이다.



여러분은 인생의 리부트를 꿈꾼 적 있나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BravoReb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