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인생 리부트의 시작점이다.
인생의 리부트를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려던 내 의지와 달리,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고도 아프게 반응했다.
어느 날 아침, 예고 없이 손이 뻣뻣하게 굳었다. 생전 처음 겪는 손마디의 통증. 잠결에 손이 굳어가는 공포에 사로잡혀 찍은 MRI. 의사는 ‘꾸준한 운동'과 약 처방을 내렸다. 약은 먹었지만 통증은 그대로였고, 대신 속 쓰림만 남았다.
네이버와 유튜브를 뒤지며 마주한 진실은 의외로 담백했다. 오랜 시간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 움직임 없이 굳어온 몸이 보내는 신호였다. 관절이 굳고 근육이 약해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 그 순간 깨달았다. 인생 2막을 버텨낼 동력은 화려한 경력이나 통장 잔고 이전에, 바로 이 '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살기 위해 동네 필라테스 센터를 찾았다. 처음엔 그저 의무감이었다. 땀은 나는데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강습 시간을 버텨내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다니자 통증은 조금씩 잦아들었고,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사를 하며 잠시 운동을 쉬니 몸이 즉각 반응했다. 손목은 다시 굳었고 목은 돌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뻐근해졌다.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집 앞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만난 원장님은 단순한 동작이 아닌 '몸'을 알고 가르치는 분이었다. 어느 근육이 약한지, 왜 통증이 생기는지를 이해하며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한의원의 침술과 지압 마사지에 의존하던 내가, 6개월이 지나자 근육을 움직여 통증을 밀어내고 있었다.
문득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Fly, Daddy, Fly>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재일교포 스승 박순신이 주인공 스즈키에게 몸을 만들기 위한 훈련 과정에서 던진 말이다.
"어쨌든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오래된 근육을 파괴해야 해. 무너진 것을 다시 세워서 새롭게 하는 거야. 그걸 수도 없이 반복하는 거지."
그렇다. 평생 운동을 멀리하며 굳어진 '오래된 나'를 깨뜨려야만 새로운 근육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그 무너뜨림과 세움의 반복 끝에, 이제 드디어 내 몸이 운동을 기억하고 먼저 운동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 살은 붙고 근육은 빠진다지만, 요즘은 서있거나 앉아서 일할 때 미세한 변화를 느낀다. 구부정했던 허리가 펴지고, 뻣뻣하던 관절 사이에 유연함이 깃들었다. 코어 근육이 조금은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며 묘한 쾌감을 느낀다. 20-30대 수강생들 사이에서 유연함은 뒤처질지 몰라도, 1주일에 3회를 지키려는 성실함만큼은 1등이다. 처음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나 자신이 꽤 대견해진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20층까지 걸어 올라가긴 무리일 것 같아 잠시 기다렸지만 언제 수리가 완료될지 모른다고 한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옆 사람을 보고 나는 “도전!”이라고 외치며 발걸음을 뗐다. 중간에 두 번 쉬었고, 14층쯤에서 살짝 후회했지만, 결국 해냈다. 숨을 고르며 현관문을 열던 그 순간, 괜히 뿌듯했다. 이게 바로 몸이 달라졌다는 증거 아닐까.
한때는 왜 하필 내게 이런 근육통이 왔나 원망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근육통은 운동으로 완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불면증과 우울감으로 고생한다는데, 나도 가끔 밤잠이 뒤척여지는 날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잘 자는 편이니, 어쩌면 나는 리부트를 위해 타고난 '긍정 체질'인지도 모르겠다.
'Sound Mind, Sound Body.'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는 진리는 인생 리부트의 핵심이다.
인생의 전환점 앞에 섰을 때, 흔들리지 않고 버텨낼 힘은 결국 잘 단련된 몸에서 시작된다. 회사를 떠나야 할 때, 새로운 도전 앞에 설 때, 내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결국 이 몸이다. 화려한 이력도 그것을 세상으로 들고나갈 체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오늘도 운동 기구 위에 올라선 나 자신에게 뜨거운 박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외쳐본다.
내 인생의 리부트는 지금, 이 단단한 근육의 떨림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10년 뒤, 20년 뒤, 나는 반드시 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Bravo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