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교사다.

by 진다락

내가 서울에 올라와 교직 생활을 시작했을 때 만난 아이가 있었다. 동그란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남자아이. 행성을 좋아해 태양계의 특징을 줄줄 외우던, 애교 많고 사랑이 가득한 아이라 내가 참 아끼고 예뻐했던 제자였다. 무엇보다 아이의 어머님께서 교사를 무한히 신뢰해 주고 존중해 주셨기에 그 마음이 내게 더 크게 와닿았다. 하지만 유치원 내부의 문제들이 심각해지면서 나는 결국 목소리를 내었고, 학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의원면직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가던 시기, 나는 교사라는 직업에 가졌던 자부심과 유치원에 품었던 이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며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남겨둔 채 유치원을 나와야 했다. 이후 '투명하고 공정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임용고시를 결심했고, 결국 공립유치원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고향 제주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멀리 비행기를 타고 내 결혼식에 찾아와 준 제자들이 있었다. 학기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는데, 그럼에도 변함없이 축하해 주러 와준 아이들과 어머님들의 마음은 내게 큰 감동으로 남았다. 지금까지의 교직 생활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그날일 것이다.



항상 우주 속을 유영하며 행성을 그리던 아이, 별이. 그리고 별이 어머님의 기억은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어 자주 떠오르곤 했다. 이후 유치원에서 수많은 부모님을 만나며 감사하고 뿌듯했던 날들도, 때로는 상처받고 무너졌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별이와 어머님의 기억은 늘 내 마음속에서 떠올라, 교사라는 직업이 여전히 가치 있다는 믿음을 붙잡게 해 준 끈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그리며 지내기를 몇 년이 지나고 며칠 전 어느 날, 별이 어머님께서 갑작스레 카톡을 보내주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 메시지를 계기로 우리는 8년 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먹이시는 어머님의 목소리에 나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별이의 사춘기 이야기부터 어머님께서 새롭게 시작하신 일, 그리고 별이가 이제는 6학년이 되어 전교 부회장이 되었다는 소식까지. 삶의 위기 앞에서도 꿋꿋이 나아가고, 뜻이 있는 곳에 용기 내어 도전하며 결국 목표를 이루는 어머님과 별이의 모습이 그려지자 마음 깊이 존경과 감사가 차올랐다.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시는 어머님의 말씀에 내 것이 아닌 과분한 상을 받은 것처럼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아마도 그건 끝까지 아이와 학기를 마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유치원의 문제일지라도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곁에 남아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오래된 후회와 고민들이 어머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비로소 위로받는 듯했다.


나는 별이에게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살아왔지만 과연 별이 어머님의 찬사를 받을 만한 선생님이었는가를 떠올리면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쉽게 멸시받는 요즘이지만 나는 여전히 행복한 교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설령 조금은 미화된 기억일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따뜻했던 선생님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지고 아름다운 선물이기에.


무엇보다 별이 어머님의 격려와 신뢰 덕분에 나는 조금씩 더 좋은 교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들의 작은 성취와 고민에 귀 기울이는 마음, 그리고 교사로서의 책임과 자부심까지, 어머님의 응원이 내 안에서 늘 배움과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선생님은 영원을 만진다.
그 영향은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 헨리 아담스


나는 깨닫는다. 별이 어머님 또한 나의 스승이 되어, 나에게 끊임없이 배움과 용기를 주고 있다는 것을. 그 따스한 마음과 믿음은 지금도 내 삶 속에서 영향을 이어가고 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