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배움

by 진다락

'배움'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임용고시를 치른 뒤에는 다시는 책상 앞에 앉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재미있는 건 공부가 아니라, 공부가 아닌 모든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늘 시끄럽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내 마음을 흔든다. 그럴 때면 나는 순간의 안도와 위안을 찾아 헤맨다. 친구와 나누는 통화, 달콤하고 자극적인 음식,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들. 그 모두가 잠시 마음의 소음을 덮어주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예민하고 사색이 깊은 내 마음에게 그것들은 또 다른 불안을 불러오는 파도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만났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새로운 지식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 작은 깨달음들이 내 마음속 조용한 울림이 되어 휘몰아치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잠시 가라앉혀 주었다. 무언가를 배우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소음이 멀리 사라지고 예민한 감각이 오히려 세상을 더 깊이 더 섬세하게 느끼게 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작지만 분명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책을 읽고, 강의를 찾아보고, 기록하는 일. 이제 '공부'는 단순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놀이가 되었다.




'겸손'


상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세상이 얼마나 넓고 복잡한지 깨닫게 해 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 속에서 겸손이라는 마음이 스며든다.





배움과 겸손이 내 안에 차오를 때, 나는 비로소 삶이 충만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언가를 알아가는 즐거움, 나는 아직 미완의 지식을 갖고있음을 깨닫는 겸손,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여유까지. 모든 순간이 선명해지고, 평범한 하루조차 의미로 반짝인다.


예민하고 사색적인 마음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무기가 아니라, 세상을 섬세하게 느끼고 삶의 작은 결들을 하나하나 음미하게 해 주는 도구가 된다. 책 속 문장 하나, 강의 속 한마디, 달리기 중 내 호흡과 발걸음까지도 모두 내 삶의 일부로 스며들어 나를 채운다.


충만함은 거창한 성취나 눈에 보이는 결과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배우고, 느끼고, 조금씩 나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서 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우고, 생각하고, 호흡해 본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예민함'이라는 무기가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나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
작은 것 하나에도 놀라움이 있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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