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 없음 주의
고기 싫어 빵 좋아 vs 빵 싫어 고기 좋아
일단 먼저 해보자 vs 아니 먼저 탐색하고
아무거나 입어 vs 무조건 내가 골라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대체 이 둘은 같은 공장에서 나온 게 맞긴 한 걸까?
네. 공장은 같습니다. 저요.
그런데 제품은 완전 딴판.
매뉴얼도 없고, 호환은 더더욱 안됩니다.
(물론 사람이 공장은 아니고요.
그냥 비유입니다. 비유!)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20명. 성격도 20가지.
말투도, 반응도, 기질도,
심지어 밥 먹는 속도도 다 다르다.
그나마 좀 닮았다 싶은 아이들도 자세히 보면 장르부터 다르다.
DNA가 똑같은 쌍둥이조차도
왜 성격은 극과 극인가요?
이러니 우리 집 피그와 랑이가 다른 건
놀라울 일도 아니다.
카우씨가 퇴근한 어느 저녁,
랑이는 "압빠아~~~!!!"하고
현관까지 전속력 질주!
반면, 피그는 아무 소리 없이
안방으로 슬쩍 숨어 들어가 문을 '찰칵' 잠근다.
이렇게 다른 두 아이 덕에,
우리 집은 매일매일 예측불허 드라마 현장이다.
육아 매뉴얼 1권으로는 택도 없다.
실시간 맞춤형 전략을 요구하는 이 난이도 무엇?
살짝만 겹쳐줘도 내가 이 고생까진 안 한다...
라는 생각, 저만 하나요?
자연스럽게 생각은 나의 원가정으로 옮겨간다. 우리 삼 남매는 어땠더라....
아.. 엄마 아빠,
늦었지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하하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아이와
동화 속 고릴라를 따라 한다고
자신의 작은 두 가슴을 킹콩처럼 두드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태내환경부터 나이차이, 가정 내 서열, 성별, 자라나는 속도도 말하는 방식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도 다르다.
게다가 살아가는 순간마다 만나는 사람들도,
겪는 일들도 전혀 다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놀랍게도
나는 내 모습을 본다.
닮은 듯, 다른 결.
조금은 예민한 첫째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던 어린 날의 내가 보이고,
고집을 꺾지 않으려 애쓰는 둘째의 눈빛에선 세상과 타협하지 않던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나를 닮은 아이들을 보며
어쩌면 나 자신도 다시 자라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크고 작은 우주 안에서.
어쨌든 이렇게 다른 두 아이에게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개인차를 존중해야 하나,
일관성을 가져야 하나
그 끝없는 줄타기 속에서
카우씨와 나의 멘털은 탈탈 털린다.
결국 귀결점은 하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거야.
다 조용히 해"
내가 상상했던 따뜻하고 다정한 엄마는... 없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FM 조교가 내 안에 깃들어 오늘도 우리 집은 생활 밀착형 훈련소로 개편 중
(덕분에 카우씨는 매일이 민방위 정예 요원 모드)
그래도 너희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만은 하나!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