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29(화)

by 기노

책을 읽는다. 책을 듣는다. 시각장애인인 나는 책을 듣는다. 읽을 수 없다. 점자를 배웠지만 까먹었다. 확대기로 확대해서 읽어보았지만 너무 느리고 눈이 아프다. 나는 다만 듣는다.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길 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어쩔 수 없는 인간조건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눈이 보일 때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점, 지금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처음에는 성우들이 녹음한 오디오북을 들었다. 각 인물마다, 장르마다 목소리로 연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기계음으로 책을 듣는다. 사람의 목소리는 해석을 갖는다. 나는 나의 해석을 원한다. 내가 상상한 인물을 원한다. 그래서 가장 딱딱한 것으로 듣는다. 정확히 일정한 톤으로 말하는 기계음. 그것이 책을 읽는 행위와 가장 가깝다고 믿는다.

김애란 신간을 읽었다. 좋았다. 달려라 아비가 벌써 20년 전이다. 김애란은 책에서 40대의 구체성을 분출시킨다. 나는 20대다. 나는 20대의 구체성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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