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다.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한 번 해야 갈 수 있다. 나는 되도록 매일 가서 트럼펫을 불고 올 예정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러니까 트럼펫을 분다. 레슨 선생님은 친절했다. 표준어 속에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 나왔다. 나는 트럼펫을 몇 달 배운 적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롱톤(한 음을 길게 부는 것)을 많이 연습하세요. 나는 롱톤이 너무 싫었는데 왜냐하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한 음을 주구장창 불고 있으면 내가 지금 뭐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방음부스에는 음들이 흩어지지 않고 메아리친다. 나는 그 소리를 다시 듣고 또 그것을 분다. 입술은 지치고 배는 아프고 현기증이 난다. 소리는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이며 가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이것은 명상에 가까운 일. 이제 지루한 인간이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