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까 비가 온다. 비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미친 듯이 쏟아진다. 천둥인지 번개인지도 사정없이 내리친다. 오늘은 연습실이 아닌 선생님 댁에서 레슨을 받았다. 나는 처음 가보는 길이라 택시를 타고 갔다. 레슨이 끝나고도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주변에 빈 차량이 없습니다. 나는 휴대폰을 확대해서 주변 지하철역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아보려다가 이내 귀찮아져서 그만두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잡힐 때까지 기다리지 뭐, 하는 심정으로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여기는 지금 어딘지 모른다.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차도 없다. 나는 가만히 서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비들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소리가 난다. 땅으로 떨어진 비는 사라지고 없는데, 그 뒤를 또 다른 비가 대체한다. 그 다음 비가 이전에 비를 대체하고, 그 다음 비가 이전에 비를 대체한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때, 택시가 잡혔다. 택시를 타고 노래를 들으면서 비오는 거리를 달렸다. 비치보이스를 들었다. 펫사운즈. 나는 이 앨범을 말 그대로 주구장창 들었는데 이상하게 질리지가 않는다. 얼마 전 브라이언 윌슨이 하늘나라로 갔다. 그러나 나는 그의 노래를 여전히 듣는다. 내가 더이상 그의 노래가 질려서 쳐다보기도 싫어진다면 나는 그를 새까맣게 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그의 노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