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상냥함

굽은 허리와 꼿꼿한 혀

by 김여호

메이저(Major)라는 영토의 경계선 근처를 서성이는 자들. 이른바 ‘잘나가는’ 자들 앞에서 그들의 허리는 예우라기보다 노동에 가까운 각도로 꺾인다. 아는 사실도 모르는 척 주머니에 쑤셔 넣고, 필요 이상의 느낌표와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박수 소리로 공백을 채우는 일. 거기까지는 생존을 위한 비굴함이라 치부하고, 도시의 흔한 소음처럼 눈감을 수 있다.


진짜 비릿한 냄새는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그 화려한 세계의 공기를 몇 번 들이마셨다고, 제 몸에서도 그곳의 체취가 난다고 믿는 착각. 교만이라는 끈적한 얼룩이 온몸에 번지고 나면, 정작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해야 할 언어의 근육은 퇴화해버리고 만다.


자신보다 위치적, 기술적, 혹은 경력적으로 낮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마주할 때, 그들은 위를 향해 다 써버린 상냥함의 바닥을 드러낸다. 친절했던 말투는 분리수거도 되지 않는 쓰레기처럼 어딘가로 치워버리고, 사소한 감정들은 가뿐히 짓밟으며 날 선 거만함으로 진격하는 진격의 거인.




아이러니한 일이다. 누구보다 차별의 서늘함을 잘 알고, 그 부당함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이가 정작 가장 뜨겁게 차별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사실은.


자신은 그저 ‘옳은 말’을 했을 뿐이므로 죄가 없다는 그 참담한 아둔함. 상처받은 이의 통증을 ‘나약함’이라는 단어로 오역하며 내뱉는 헛웃음은, 익지 않은 벼가 고개를 꼿꼿이 쳐든 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꼴을 닮았구나.


그들의 고개는 여전히 90도로 꺾여 있지만, 그 방향은 더 이상 상대를 향한 존중이 아니다.

그건 그저 더 높은 곳을 훔쳐보기 위한 비뚤어진 각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