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생존을 결정하는 '한끗'의 차이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껍데기가 아닌 브랜드의 '생존'을 고민하다

by 김여호

오늘도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시장을 보며, 디자이너인 나의 역할은 대체 어디까지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단순히 로고를 예쁘게 그리고 근사한 패키지를 만드는 것만으로 디자이너의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제가 얻은 답은, 디자이너는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팬덤'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을 공유해 봅니다.



1️⃣ "이 브랜드는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가?"


: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실용성, 심미성,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지 못하더군요. 저는 여기에 '철학(Phi)'이라는 마지막 정점이 찍혀야 비로소 브랜드가 입체적인 생명력을 얻는다고 믿습니다.


수학적으로 본다면 브랜드의 전체 가치 V는 실용성(U), 아름다움(A), 가격(P)의 합에 철학(Phi)이 지수적으로 곱해지는 관계 아닐까요? 철학이 명확하다면 사람들은 설령 조금 비싸거나 실용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 브랜드의 '생각'에 기꺼이 지지를 보냅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의심을 품고 이 일이 왜 필요한지 그 본질부터 파헤치려 노력합니다.


2️⃣ "단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선명함이 있는가?"


: 복잡한 메시지는 대중에게 닿지 않습니다. 저는 브랜드를 기획할 때 "이걸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묻습니다. 직관적인 이름, 뇌리에 박히는 단 하나의 문장, 그리고 그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색깔'이 결정되어야 비로소 디자인의 방향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첫인상은 강렬한 컬러로 잡되, 그 신뢰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아주 사소한 디테일입니다. 그릇의 높낮이 하나, 조명의 미세한 조도 차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한끗'이 명품과 평범함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매번 뼈저리게 느낍니다.


3️⃣ "내부 구성원들이 이 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가?"


: 브랜드는 자라고, 상처 입고, 때로는 죽기도 하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디자이너는 이 생명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브랜드를 가장 잘 아는 우리 내부 동료들부터 브랜드의 팬으로 만드는 '내부 브랜딩'이 선행되지 않으면, 밖으로 던지는 어떤 메시지도 공허한 외침이 될 뿐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제게 일이란 "내가 왜 이 세상에 필요한지 그 쓸모를 증명하는 행위"입니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의 디자인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관점이 되고, 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이 있을까요? 오늘도 그 '한끗'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고민의 시간을 쌓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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