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라는 지도를 따라 기어코 도착한 오늘의 우리
삶이란 결국 그런 것이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던 타인의 사정을 내 몸에 직접 대어보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찜찜한 수긍을 얻어내는 과정. 내가 비난했던 그 누군가의 입장이 언제든 나의 낡은 외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 그간의 수많은 거절과 삐딱한 후회들이 나를 밀어내어, 기어코 지금의 좌표 위에 안착시켰음을 깨닫는 긴 시간이었다.
보고 싶다는 말을 백 번, 아니 천 번쯤 허공에 흩뿌리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닳아버린 신발 밑창처럼 뻔한 그리움을 멈추지 못하는 건, 그 간절함이 보답받아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만 견딜 수 있는 생의 관성이 남아 있어서일까.
지나간 장소와 낡은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건, 내 안에 아직 환기되지 않은 방 하나가 남겨져 있다는 증거이자 축복이겠지. 그 기억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며 과거를 마주하려는 당신의 앳된 얼굴을 나는 본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소년을 품고 사는 당신의 무모하고도 다정한 뒷모습에, 나는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