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는 참을성이 강했다.

내 삶을 덮은 회색 평화를 걷어내려는 몸부림.

by 김여호

먼지는 참을성이 강했다.


움직이지 않는 가구와 대화가 끊긴 식탁 위로 가장 먼저 내려앉았다. 그것은 소리 없는 적설(積雪)처럼 삶의 고유한 색을 지우고 모든 것을 무거운 무채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제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일은 결국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서서히 풍화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몸을 흔들었다. 거창한 목적지가 없어도 좋았다. 단지 내 몸을 덮으려는 회색의 침묵을 털어내기 위해, 바닥에 눌어붙은 어제의 잔해를 공중으로 흩뿌리기 위해 무작정 팔을 휘둘렀다. 먼지를 일으키는 일은 코끝을 맵게 하고 눈물을 핑 돌게 했으나, 그것은 내가 아직 이 방의 주인이라는 고독한 선언이었다.


살아 있다는 건 끊임없이 먼지를 일으키는 소란이었다. 가라앉으려는 무력감을 강제로 공중 부양시키며, 내일의 내가 앉을 자리를 오늘 미리 닦아내는 지루하고도 치열한 가사 노동이었다.


나는 오늘 다시, 내 삶을 덮으려던 회색의 평화를 거칠게 걷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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