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진 시작이란 열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제 몸 하나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일이었다. 안에서 번지는 열꽃을 다스리려, 제 눈물 한 숟갈을 해열제처럼 삼키며 홧홧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구차하고도 뜨거운 일상.
이별은 그보다 더 고단한 뒷정리였다. 살을 파고드는 안녕을 건네고 나면, 미처 식지 않은 체온에 녹아 뭉개진 사과 같은 마음을 받아내야 했던.. 한때는 단단했던 진심이 갈색으로 멍든 채 손가락 사이로 허망하게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맺힌 열매는 결국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그렇게 또 한번.. 땀방울로 범벅된 그간의 수고가 저 멀리 흙먼지 속으로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