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니주뇨 Aug 11. 2022

듄 2를 기다리며(DUNE, 2021)

사막을 건너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내어놓을 수 있나

듄 2를 기다리며 작년에 있던 메모를 잠깐 옮겨온다.

사실 이 기다란 메모를 작성하고 듄을 9번이나(...!) 더 보았다.


 듄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예약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대하고 높은 만족감을 주는 영화관인 용산 imax관으로 예약을 성공했다. h열 중앙이라는 아주 좋은 자리도 확보하였다. 영화에 대한 모든 준비는 완료된 상태로 극장에 들어섰다. 많은 기대와 사람들의 평가를 어렴풋이 무시한 채 영화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하는 감독, 배우, 이야기 그리고 음악까지 


   

1. 모든 감각을 압도하는 영상

 우선 아이맥스를 선택한 과거의 나에게 찬사를 보내고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사막의 괴물 ‘샤이 훌루드’처럼 나의 모든 시야와 감각을 빨아들였다. 어디론가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조차 없을듯한 그런 감각이 내 망막의 모든 곳을 자극하는 듯했다. 압도적인 스케일이라는 뻔하디 뻔한 찬사지만 이 영화만큼 그런 찬사가 어울리는 영화는 없을 듯하다. 사막과 우주에 걸맞은 무채색의 단조로운 기계장치들과 별 특별한 장식도 없는 구조물들은 형형색색의 꽃과 동물들이 거니는 아바타(절대 아바타를 비하하거나 아바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말한다.)의 장면보다 훨씬 감각적이면서, 역설적이게도 생동감 넘친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영상 속의 모든 것들이 나를 이미 영화 속의 제삼자가 되어 구경하는 듯한 착각을 선사해 준다. 우리는 이러한 순간들을 빠져든다라고 말하며 나는 두 시간이 넘는 기나긴 러닝타임 동안 제발 영화가 끝나지 말아 달라고 빌어왔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처음 영화는 우주 공간에서 시작하여 점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우주공간에서 모래사막의 땅으로, 마지막 순간에는 프레멘의 지하 거처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와 함께 주인공은 역설적이게도 조금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게 된다. 그저 제국 대가문의 어린 공작 아들에서 몰락한 대가문의 공작이 되었으며, 프레멘이 친우로 인정하는 존재까지 성장하게 된다. 물론 이것이 높은 위치인지 낮은 위치인지는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주인공이 꿈을 통해서 종교전쟁 최전선의, 가장 높은 위치에 서있게 됨을 본다면 이는 그리 틀린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2. 영화의 전부를 관통하는 '과학자'한스 짐머의 음악

 '한스 짐머' 그 이름 하나만으로 주는 압도감과 상상은 엄청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과학자, 마법사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블레이드 러너 2049, 최근의 007까지 그의 영화 음악은 아주 위대하다. 특히나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꿈, 지옥, 우주, 물, 사막, 눈 같은 대자연의 순간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장엄하고 장대하게 잘 풀어내는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강, 바다, 풀, 숲 등 손에 닿는 자연에 대한 것들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한스 짐머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어렴풋 감지하고 느끼고 있으나 손으로 결코 만질 수 없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실로 감탄스러운 일이다. 단순하게 긴장감 넘치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아니라 사람을 그 영상과 공간 속에 머물게 해주는 마법을 부린다. 시공간의 저편, 우주공간에서의 적막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이라고 개인적으로 감상한다. 여하튼 영화는 우주선, 모래사막의 방벽 너머, 모래폭풍 속, 기나긴 동굴 등을 어렵게 표현해낸다. 그리고 한스 짐머는 이 영상에 음악으로 방점을 찍어준다. 여담으로 테넷을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한스 짐머가 듄의 음악 제작을 위해 테넷 영화음악 제작을 포기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듄에 대한 애정이 크고 한스 짐머가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을 더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듄 2부도 한스 짐머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위 장면은 대모와 폴의 첫 대면 시점으로 대모께서 폴이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장면이다.

다른 장면에서도 한스 짐머의 음악이 아주 적절하고 대단하게 사용되었지만 나는 이 장면이 한스 짐머와 듄의 조합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3. 드뉘 빌뇌브, 손에 잡을 수 없는 존재를 눈에 각인시켜주는 감독

 개인적으로 현 영화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다. 시카리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듄까지 그의 최근 작품들은 우리가 쉽게 손으로 잡기도 힘들고 머리로 이해하기도 힘든 존재에 대해 말한다. 시카리오는 선악의 구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에게 던진다. 컨택트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시공간의 초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인간다움이라는 이야기로 우리를 관통한다. 듄은 샤이 훌루드를 비롯한 많은 존재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관계로 이어져 우리에게 다가온다. 모래폭풍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 최근작들의 공통점이다(컨택트는 유리 속의 불투명한 상태와 이어진다고 본다.) 감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지의 존재에 대한 설명을 아주 자연스럽게 해 준다.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자칫 이해하기 어려울 내용을 ‘이해할만하게’ 만들어준다. 감독의 능력이고 재능이다. 듄의 이야기에 다시 집중해 보자면 이 방대한 대서사시를 어떻게 풀어낼지, 얼마나 우리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줄지 걱정이 되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1분이 갓 지난 순간 그딴 걱정은 사라졌다. 그저 감독은 ‘긴장하고 영화를 봐 이해하면 그대로 이해하고 못하면 영상과 음악에 집중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저 우리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뿐이고 그 서사가 계속해서 어떤 방향이든 나아가길 눈으로 확인할 뿐이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4. 티모시 샬라메, 모래보다 깊은 배우  그는 신이야

 티모시 샬라메에 대한 극찬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고, 나 또한 '콜 미 바이 유얼 네임' 등을 통해 직접 보아왔다. 그렇기에 배우들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이 배우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많았다. 내가 만약 감독이었다면 이 배우를 어떻게 쓰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의 연기력은 그저 폴이었다. 평가할 순간조차 없었다. 그저 폴로서 그 스크린 안에 서있을 뿐이었다. 영화 초반과 중반부 그의 얼굴을 자세하게 클로즈업하고 지나가는 장면이 많다. 그는 단순하게 잘생겼다, 멋있다 같은 말로는 형용이 불가능하다. 그의 눈동자와 얼굴의 모든 굴곡은 마치 모래와 같아서 보는 사람의 신경을 빨아들이고 그의 행동은 그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사로잡는다. 듄에서 모든 배우들이 대단한 연기와 흡입력을 보여주지만 티모시 샬라메는 단순히 주인공으로서의 기운이 아닌 그 배우 자체로서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꿈을 꾸며 보았던, 아니 느껴졌던 미래들은 하나 둘 현실이 되어 나타났고 그의 친구는 죽었으며 꿈에서 보았던 프레멘 소녀(젠데이야)도 만났다. 그런 순간 중 과연 나는 죽게 되는 것인가 하며 고민하게 하는 프레멘 전사와의 목숨을 건 전투에서는 앞서서 보았던 미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를 만나 배움을 얻고 친구가 되어 여러 전장을 누비는 꿈과 내가 그의 칼에 맞아 죽게 되는 순간들까지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폴의 고민과 의문에 대한 묘사는 앞을 알 수가 없다. 무표정한듯한 그의 표정과 행운을 빌어주는 프레야 전사(젠데이야)의 기원까지 물론 영화의 주인공이니 그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은 있지만 그러한 믿음은 실제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수없이 흔들린다. 그렇기에 이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극찬을 아낄 수가 없다.



5. 원작 소설 듄과 스타워즈 

 원작 소설 듄에 대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다. 외국의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소설로, 여러 번의 영화화 시도 끝에 실패한 이야기라는 것도. 하지만 이번 작품만은 감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100% 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 최소한의 경계는 다 잡아낸 느낌이다. 원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스타워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스타워즈에 대한 이미지는 외국에서 sf의 바이블이자 흔히들 양덕이라고 하는 문화의 시초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방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그 당시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세트 제작 기술과 영상 기술 등 정말 많은 사람을 열광케 하는 모든 요소요소들이 합쳐진 작품이라 생각된다. 물론 나는 아직 스타워즈를 본 적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타워즈에 내리는 평가와 기대는 마치 내가 듄을 보고 극장을 나왔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독이나 배우 등, 많은 사람들이 이 스타워즈라고 하는 작품을 알고 봤던 세대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감독의 인터뷰 등을 보면 스타워즈와 비슷하거나 똑같이 가려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고민한다고 말하는데 그러한 흔적들이 느껴졌다. 물론 참고를 했다면 스타워즈가 듄을 참고했겠지만 우리 세대는 그 관계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마치 듄이 스타워즈의 아류작처럼 보이는 경우는 없애야 한다는 그런 생각도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다시 영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


이번 듄 1은 듄 2를 위한 설명서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전 우주 제국을 무대로 하는 종교전쟁의 선봉임과 동시에 몰락한 최고 대가문의 공작으로서 이중성을 가진 폴의 모습이 대두되고 엄청난 힘을 가진 모래 행성의 주인 프레멘들의 모습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번 '듄은 듄:더 프롤로그' 정도 이름으로 나왔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물론 이러면 흥행성이 떨어지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본지 얼마 안 된 지금 시점에서 영화 아바타 2를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됨과 동시에 듄 2가 정상적으로 빨리 개봉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밀어 넘치는 밤이다.


"Lisan al gaib"


평점 : 5점 만점에 5점

한 줄 : 나 SF 좋아하네..?

                    

작가의 이전글 나도 구찌다 이 자식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