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혀지지 못할 기억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우습게도 영화를 보자마자 신성로마제국이 먼저 떠올랐다. 신성하지도, 로마도, 제국도 아닌 것처럼 이 영화는 마치 '슈퍼'하게 대단하지도, '해피'하지도, 그리고 영원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세 단어를 하나로 뭉쳐 '슈퍼해피포에버' 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추운 겨울날 사랑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과거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일본의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상처를 다룬 '드라이브 마이 카'나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듯한 ' 해피 엔드' 같은 영화와 다르게 조금 더 개인적인 기억의 성질에 집중을 한다.
커다란 사건이 아닌, 사노의 5년 전 행복했던 기억과 지금의 사노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며 갈길 잃은 사람의 마음을 그저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잠에 든 후 등을 돌린 채 죽음에 이른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친구의 등 돌린 모습을 보지 못하는 지금의 '사노'처럼 많은 이들에겐 펜데믹이나, 그와 관련된 아픔들이 강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사랑하는 이의 아픔에 크게 슬퍼하는 이유는 저마다 슈퍼해피포에버했으면 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여행지에서 인연을 만나고 카레맛 컵라면을 기다리는 3분간 큰 설렘과 행복을 느꼈던 이들만이 알 수 있는 그 순간들 말이다.
어쩌면 기억이란 것은 희석되고 왜곡될 수 있기에 우리는 더 애타게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보존할 수단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잉크나 사진, 혹은 어떠한 물건이 그 기억을 슈퍼해피포에버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은 그 매개체 없이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아픔의 순간일 것이다.
사노가 이토록 5년 전의 그 모자에 매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아내 '사노'를 위한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아내 사노가 그를 가장 사랑스럽게 바라보아줬던 순간이 그들의 5년 전 여행지에서 모자를 선물 받았던 그 순간, 그리고 그 모자를 자랑스럽게 사진으로 남겼던 그 거울 앞에서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아내 사노가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기억과 물건이 돌고 도는 것과 비슷하다. 누군가 잃어버린 듯 땅바닥에 놓여있던 핑크색 모자가 사노를 통해 아내 사노에게 돌아갔듯, 클럽에서 라이터를 잃어버려 땅에서 누군가의 라이터를 주워 가져갔듯, 그리고 아내 사노의 바람대로 호텔리어 안이 소중하게 쓰고 다니는 그 모자처럼.
우리는 나고 자라면서 소중하게 여길 물건이 많다.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시계부터 부모님이 물려주신 스카프, 어쩌면 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라이터 하나까지. 우리의 기억은 가끔 별것 아닌 일로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준다. 이렇듯 감독의 슈퍼해피포에버는 우리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 사이에서 부유할 것인지를 안내해 주는 듯 하다.
캐리어 틈 사이로 삐져나온 옷가지와 담배, 그리고 잃어버린 모자 그 사이에서 부유하는 느낌들이 우리에게 여행의 소중함과 기억의 아름다움을 설명해주는 듯 하다.
어떤 무언가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곁의 미묘한 사물들은 그저 부유하면서 잠시 놓여진다. 그리고 파도가 부딪쳐 깨어지듯, 누군가에게 다시금 흘러간다. 내가 그것을 목격하지 못하더라도.
글의 마지막은 아내 사노 나기 역의 야마모토 나이루님 인터뷰 일부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Q : ‘슈퍼 해피 포에버’는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금 이 주문을 빌어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A : 특정한 한 사람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지구가 생긴 이래 한번도 멈춘 적 없다는 파도처럼 계속 존재해온 것들의 안녕을 빌고 싶다. 영원하다는 감각이 내게 행복과 안정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