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는 후배

by 강재훈

참 한결같은 후배가 있다. 처음 만난 건 내가 회사에 입사하던 날이었다. 나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들어왔고, 그 후배는 같은 학과 다른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이미 회사에 와 있었다. 입사 시점으로만 보면 나보다 반년 빠른 회사 선배였다.

처음부터 느껴졌다. 순수하고 성실하다는 것.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늘 정성이 있었다. 나를 대할 때도 항상 한 번 더 생각하고 챙기는 친구였다.

내가 이직한 뒤에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내가 미국 주재원으로 다녀왔던 그 자리에, 언젠가 그 친구가 가면 좋겠다고 서로 바랐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연말 인사철이면 우리 회사 임원 승진 명단을 훑어보며 “왜 선배님 이름은 없죠?”라고 농담을 건네는 후배 덕분에, 괜히 웃고 또 힘을 냈다.

최근에는 그 친구도 달리기를 시작했다. 부인과 함께 뛴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익힌 노하우를 조금씩 나눴고, 원래 운동을 잘 하는 친구답게 성장 속도는 남달랐다. 내 덕에 한 달 누적 목표를 채웠다고, 술을 사겠다며 값비싼 위스키를 들고 집앞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후배가 달리기 기록을 갱신해가는 걸 보며, 동기를 조금 더 깨워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5km나 10km를 전력으로 달린 기록을 보내준다. 물론 단순히 달리기 경쟁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달리기뿐 아니라 삶에서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자격이 충분한 후배에게 ‘잡을 수 있는 목표’ 하나 쯤은 건네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가 들수록 후배는 나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고, 나 역시 그에게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됐다. 요즘 후배가 유난히 꽂힌 차가 하나 있다. 나도 그 차가 괜히 궁금해져 슬쩍슬쩍 부추기고 있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 참 좋다.

잘 나갈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늘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는 친구 같은 후배. 그 믿음 덕분에 내 마음의 흔들림을 붙잡고, 스스로를 더 강하게 믿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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