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바랐던 닥터, 내가 선택한 닥터

by 강재훈

어릴 때 아버지는 내가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집안에 의사 하나’의 기대라기보다는,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가며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나 역시 문과보다는 이과 성향이 강했고, 그렇게 의대에 가겠다는 약속까지 드렸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 병원 장면을 보며, 아픈 이들과 그 가족들을 매일 마주하는 삶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던 나였지만, 의사의 길만큼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수능을 치르고 대학을 지원할 때까지 아버지는 최소한 2지망에라도 의대에 원서를 넣어주길 바라셨지만, 나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나는 공대에 입학했고,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서 전공을 바꿔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사실이 다시 버틸 힘이 되어주었다. 학위 심사를 마친 날, 안도감과 함께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원하시던 의사 닥터는 아니지만, 저는 다른 분야에서 닥터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아버지가 바라던 직업은 아니지만,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가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신다.

“그래도 그때, 네 아버지 원대로 의대 원서 하나쯤은 써드리지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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