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강 버스 한 척이 잠실 인근에서 강바닥에 걸려 멈춰 섰다.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고, 승객들은 강 한가운데서 발이 묶였다. 사고 이후 그 구간에는 노란 부표가 설치됐다. 이제 항로는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부표가 생겼다고 해서 강의 수심이 깊어진 것은 아니다. 한강의 수심은 늘 변한다. 비가 많이 오면 퇴적이 쌓이고, 가뭄이 길어지면 수량이 줄어든다. 지금은 안전해 보이는 항로도 조건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 부표는 위험을 없앤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 피해 갈 수 있게 해 준 장치에 불과하다.
이 장면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일상이 멈춰 서는 순간은 대개 불운 때문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약한 고리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찾아온다.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우리는 속도를 낸다. 범위를 넓히고, 다음 단계를 서두른다. 하지만 그 확장을 버텨줄 기초 체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 건강, 인간 관계, 삶의 리듬 같은 것들이다. 삶을 지탱하는 진짜 힘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한강의 수심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일 수 있다.
문제가 생긴 뒤의 다짐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얼마나 깊은지 돌아 보는 일이 먼저다. 한강버스가 멈춰 섰던 그 자리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고 있다.
당신의 수심은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