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나는 처음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 전까지 한 회사에서 직급마다 발탁 승진을 했고, 실리콘밸리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기회도 얻었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더 바랄 게 없어 보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한 회사 안에서 종으로 높이 올라가는 길도 좋지만, 횡으로 다양한 길을 걷는 편이 커리어 측면에서 더 지속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 전공과 경험이 특정 회사에 국한되지 않고, 어느 회사에서도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가진 점도 그 생각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이직을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아이,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이 등교를 몇 번 시켜준 적이 있다. 아직은 조그만 몸에 자기 덩치만 한 가방을 메고 학교로 걸어가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시간은 지금 아니면 누릴 수 없겠구나.’
한국으로 돌아온 뒤,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통근 버스를 탔고, 출근 길에 아이 얼굴은 커녕 자는 모습만 보고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의 등교는 어느새 먼 이야기가 됐다.
그러던 중 마음속에 작은 바람이 하나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 근무, 가능하다면 집과 그리 멀지 않은 회사. 커리어의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한 장면이라도 더 곁에서 보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첫 이직은 커리어를 횡으로 확장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어떤 삶의 리듬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정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 이직이 정답이었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이후의 나는 이전보다 내 삶을 조금 더 또렷하게, 내 리듬에 맞춰 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