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과 함께 하는 수학 시간이 참 즐겁다. 나는 늘 한국의 학원 중심, 선행 위주의 공부 문화가 불편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정해진 레일 위로 밀어 넣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을 시간 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
초등 입학 후 다닌 첫 수학 학원은 아이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속도와 양보다는 개념과 원리를 먼저 이해하는 방식이었고, 아이도 그런 수학을 즐거워했다. 다만 그 곳에는 고학년 과정이 없었고, 다른 학원들은 이미 선행 진도가 많이 나가 있었다. 진도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잃을까 걱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아빠와 아들의 수학 시간이 시작됐다.
교재는 아내가 골라줬다.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기초 문제를 통해 개념을 다시 다지며 이해를 넓혀갔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공간 이해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걸 발견하고 적잖이 놀랐다. 다만 학교와 학원 숙제가 우선이다 보니, 둘만의 시간을 꾸준히 갖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불쑥 말을 꺼냈다.
“아빠, 우리 수학 공부 좀 할까요?”
아빠와 미리 공부해 두니 학원 수업이 훨씬 쉽고 재미있어졌다는 거였다. 그 말이 어찌나 반갑고 기특하던지, 그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다.
아들과 공부하며 다시금 알게 됐다. 미리 준비하면 쉬워지고, 쉬워지면 재미 있어진다. 재미 있어지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도 생긴다. 학습의 선순환이다.
사춘기를 앞 둔 아들과 수학 문제를 풀며 보내는 이 시간은 공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빠는 아들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 보고, 아들은 아빠를 자신과 함께 생각하는 사람으로 받아 들인다. 나는 아이의 성장을 곁에서 응원하며, 동시에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