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아빠와 아들은 2호선 전철을 탄다. 늘 같은 방향, 같은 시간대다. 전철에서 내려 가장 먼저 들르는 곳도 같다. 대학교 앞의 작은 꽃집이다.
두 남자가 머리를 맞대고 꽃을 고른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늘 서툴고 어색하다. 그러면 꽃집 사장님이 웃으며 다른 꽃들을 더해 주신다. 결국 우리가 고른 것보다 훨씬 예쁜 꽃다발이 완성된다.
꽃다발을 들고 근처 피자집으로 향한다. 피자로 배를 채우고, 프레즐로 디저트까지 마친 뒤에야 우리는 대학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아내의 합창단 공연이 있는 날이다.
아내는 학창 시절 합창단에서 노래했다. 이 합창단은 해마다 대학 캠퍼스에서 공연을 연다. 재학생 중심의 정기 공연이지만, 네 개의 무대 중 하나는 졸업생을 위한 자리다. 우리는 그 무대의 열혈 팬이다.
이 공연을 위해 졸업한 지 20년이 넘은 사람들이 매주 모여 다섯 달 동안 연습한다. 지휘도, 연출도 모두 졸업생들의 몫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노래가 좋고 그 시간이 여전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무대 아래에서 아내의 등장을 기다리고, 찾고, 알아보는 일이 재미있다. 집에서 보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젊은 시절의 시간을 떠올리듯 설레고, 긴장한 표정이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만큼은 분명 그 시절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들은 무대 아래에서 엄마의 모습을 숨 죽여 지켜본다. 몇 년 전, 엄마의 첫 졸업생 무대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아들이다. 이제 아들은 엄마가 다녔던 학교의 캠퍼스를 걷고, 엄마가 노래하는 무대를 바라본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엄마가 어떤 대학 시절을 보냈고 무엇을 좋아했는지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노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추억을 간직한 사람과, 그 모습을 응원하는 아이와 남편이 있다. 공부하라고 말하는 대신,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아이에게는 소중한 배움일지 모른다. 이건 단순한 공연 관람이 아니라, 아내의 무대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이 함께 맞이하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