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유 생활

by 강재훈

한 달에 한 두 번, 휴일이면 아내 차에 기름을 넣는다. 차는 내 명의지만 운전대를 주로 잡는 사람은 아내라 어느새 아내 차가 되었다. 나는 운전을 즐기지 않아 주말 가족 나들이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렇게 이 차는 아내의 출퇴근용 차가 되었다.

이 차를 산 건 3년간의 미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서였다. 낯선 환경에서 힘든 시간을 버텨 내고, 발탁 승진까지 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주는 통 큰 선물이었다. 여러 인기 모델을 둘러보고 세단과 SUV 사이에서도 고민했지만, 결국은 그 시절의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세단을 골랐다.

차는 그렇게 출고되었지만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다 보니 정작 운전할 일은 많지 않았다. 대신, 주말 아침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아 보곤 했다.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돌아오는 그 시간은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건네는 조용한 격려였다.

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차와 보내는 시간은 줄었지만 주유는 여전히 내 몫이다. 앱으로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하고 주유 일정을 잡는다. 아내를 위한 소소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덜 깬 몸으로 시동을 걸 때 전해지는 엔진의 진동이 좋고, 휴일 아침 한산한 도로 위에 내려 앉은 차분한 도시 분위기도 좋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특별할 것 없는 이 평범한 일상이 내게는 꽤 괜찮은 삶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즐거운 주유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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