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마다 곤충 채집 숙제가 있었다. 다들 잠자리채를 들고 들판을 뛰어 다녔지만, 나는 유난히도 수월하게 숙제를 끝냈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 과수원에는 큰 과일 저장 창고가 있었는데, 밤마다 달큰한 과일 냄새에 이끌려 장수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같은 곤충들이 몰려 들었다. 아침이 되면 할아버지는 그 중 가장 크고 희귀한 것들을 골라 손자 손에 쥐어 주셨다. 나는 그걸 잘 정리해서 제출만 하면 늘 최우수상이었다.
이 경험은 우리 삶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세상 일은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축구도 공만 쫓는 선수보다 흐름을 읽고 길목을 지키는 선수가 골을 더 잘 만든다. 돈도 마찬가지다. 흐름을 알고 투자를 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어릴 때 내가 좋은 곤충을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건 곤충을 쫓아 다니는 대신에, 곤충이 몰려오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리를 내가 만든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부나 행복 같은 것도 무작정 쫓기보다는, 그것들이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착한 마음가짐, 소중한 관계, 건강한 습관 같은 것들이 그 바탕이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행운이라 부르는 것도, 흐르기 좋은 길목을 만나 잠시 머무는 것인지도 모른다.